2025년 03월 04일(화)

전세사기로 피해자는 사망했는데... 빌라왕, 3년 만에 징역 7년 선고받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2022년 말,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전세사기로 수많은 세입자들이 불안에 떨게 되었다. 해당 사건으로 검거된 이들이 법정에 세워졌으나, 상당수는 3년이 지난 최근에야 판결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사건별로 차이는 있지만, '빌라왕' 또는 '건축왕'으로 불린 전세사기 주범들은 대체로 10년 내외의 징역형을 받고 있다. 반면 공인중개사와 바지 임대인 같은 공범들은 집행유예나 무죄를 선고받는 경우도 많았다.


전세사기로 인해 피해자들은 대출이나 오랜 기간 모은 돈으로 마련한 전세금을 모두 잃었고, 일부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자살에 이르기도 했다. 이에 비해 가해자들의 형량이 너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월 23일, 대법원 1부는 인천 미추홀구에서 191명의 세입자를 속여 148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건축왕' 남 씨에게 징역 7년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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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씨는 사기와 부동산실명법,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1심에서는 남 씨에게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과 115억 원의 추징을 명령했으나, 2심에서는 전세사기 액수 중 68억 원만 인정하며 형량을 크게 줄여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원회는 2심 판결 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이 사기 공화국임을 법원이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법정 최고형인 15년조차 범죄의 심각성과 피해 규모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량임에도 대폭 감형한 판결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사실상 면죄부에 가까운 판결"이라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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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에게 전세보증금은 거의 전 재산인 경우가 많아, 남 씨 일당의 범행으로 전세금을 잃은 피해자 중 4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20·3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피해자들의 고통이 매우 크다는 점을 언급하며 "집에서 편안하게 거주할 권리는 헌법이 부여하는 기본권을 넘어선 일종의 천부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오 판사는 또한 "피고인들은 나이 어린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70대 이상 노인과 같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전 재산이자 거의 유일한 재산을 뺏었다"고 지적했다.


전세사기 형량이 낮다는 점도 재판부가 직접 언급했다. 오 판사는 "현행법상 사기죄 경합범 가중 처단형은 징역 15년"이라며 "입법상 한계에 따라 그와 같이 선고할 수밖에 없음을 명확히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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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형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사기죄 양형 기준을 수정하거나, 국회가 형법을 개정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관련 논의가 활발했으나 개정안이 최종 처리되지 못했다.


지난 1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사기 범죄의 권고 형량을 상향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특히 조직적 사기 범죄의 피해 금액이 300억 원 이상일 경우 가중 11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기준안은 공청회와 관계기관 의견조회 등을 거쳐 오는 24일 전체 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