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에 합의하면서 두 기업 간 '배터리 동맹'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5일 삼성SDI와 현대차·기아는 전날 경기 의왕연구소에서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로봇에 최적화된 배터리를 개발해 다양한 서비스 로봇에 탑재할 계획이다. 협약을 통해 로봇 전용 배터리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업계는 양사가 배터리 분야 협력을 강화하게 된 배경으로 2020년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 간의 '배터리 회동'을 꼽는다. 

현대차·기아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업무 협약식 /현대차그룹

2020년 5월 정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은 차량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았다. 정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개발·생산 현장을 살펴보고 이 회장(당시 부회장)과 차세대 배터리 사업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후 두 달 뒤인 2020년 7월에는 이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기술 중심지인 남양연구소를 '답방'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정 회장으로부터 차세대 친환경차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두 회장은 전기차,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서 다각도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 만남 이후 삼성SDI와 현대차는 배터리 관련 기술 교류와 선행과제 수행을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두 기업은 2021년 전기차 배터리 협력을 시작했으며, 2023년 10월 첫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으로 발전했다.

지난달 27일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발을 찾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뉴스1

계약에 따라 삼성SDI는 2026년부터 7년간 현대차의 차세대 유럽향 전기차에 탑재될 P6(6세대 각형 배터리)를 헝가리 생산법인에서 만들어 공급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취임 2주년인 지난해 10월 2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을 찾기도 했다. 

이 행사에서 이 회장은 정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일본 토요타그룹 회장을 함께 만나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4족 보행 로봇 스팟 / 뉴스1

이번 로봇 배터리 공동 개발 협력은 양사가 모두 미래 핵심 사업으로 선정한 로봇 분야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삼성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자리를 확보했다. 또 한종희 부회장 직속으로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는 등 로봇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2018년 사내 로보틱스랩을 설립한 데 이어 정 회장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2021년 세계적인 로봇 전문 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자체 개발한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를 처음으로 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