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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가 의식을 잃은 동료를 되살리기 위해 구조 활동을 한다는 연구 결과와 함께 심폐소생술을 하는 듯한 놀라운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24일(현지 시간) 과학 매체 사이언스 얼럿(Science Alert)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USC)의 신경과학자 웬지안 순(Wenjian Sun)이 이끄는 연구팀의 최근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마취돼 반응을 보이지 않는 쥐과 멀쩡한 상태의 쥐(도우미 쥐)를 함께 우리에 넣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도우미 쥐들이 응급처치와 유사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평균 13분의 관찰 시간 중 약 47%를 의식이 없는 친구와 상호작용하기 위해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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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미 쥐들은 먼저 의식을 잃은 친구의 냄새를 맡고 그다음 털을 핥았다. 이때 얼굴과 목 부위에 집중했다.
또한 대부분 의식을 잃은 친구의 혀를 깨문 뒤 입에서 빼내 기도를 확보한 후 계속해서 잡아당겼다.
어떤 실험에는 작은 플라스틱 공과 같은 이물질을 의식을 잃은 쥐의 입에 넣자, 도우미 쥐의 80%가 이를 성공적으로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도우미 쥐의 행동은 의식을 잃은 친구의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 응급처치를 받은 쥐들은 도움을 받지 않은 쥐보다 더 빨리 의식을 회복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본 도우미 쥐는 '필요한 만큼 도왔다'라는 듯 응급처치를 중단했다.
연구팀은 친구를 돕는 도우미 쥐의 행동이 뇌의 편도체와 시상하부 영역에서 '유대감 호르몬', '사랑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옥시토신을 방출하는 뉴런에 의해 주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옥시토신 방출을 차단하자 도우미 쥐들은 응급처치 행동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또한 연구팀은 낯선 쥐보다 익숙한 친구에게 응급처치를 시도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동안 돌고래와 코끼리, 침팬지와 같은 큰 뇌를 가진 포유류에서 유사한 구조 행동이 오랫동안 문서화되어 왔지만, 쥐와 같은 작은 포유류에서 '응급처치'와 같은 행동은 자세히 연구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코끼리는 다친 동료를 보호하고 돌보며, 돌고래는 아픈 친구를 수면 위로 밀어 올려 숨쉬기를 돕는다. 이러한 행동들은 포유류 전반에 걸쳐 사회적 유대감과 협력 본능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러한 실험에 이용된 모든 동물이 생후 2~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러한 행동이 학습된 것이 아니라 타고난 것이라고 봤다.
연구팀은 "도우미 쥐의 행동 동기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의 사회적 행동의 복잡성을 시사하며, 움직이지 않는 그룹 구성원을 돌보는 것이 많은 종에 널리 퍼져 있는 '타고난' 사회적 행동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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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연구팀 또한 쥐에게 의식이 없는 친구를 보여줬을 때 내측 편도체가 켜지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뇌실방핵에서 사회적 유대감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증가하는 것도 확인했다. 뇌의 이 두 영역은 모두 '배려' 행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극도의 고통 상태에 있는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충동이 많은 종에서 공유된다는 증거를 제공한다.
신경과학자 윌리엄 쉬런(William Sheeran)과 조이 도널드슨(Zoe Donaldson)은 새로운 연구에 대한 논평에서 "이러한 발견은 극심한 고통에 처한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충동이 많은 종에서 공유된다는 증거를 뒷받침한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