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부소방서
불이 난 빌라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해 현관문을 강제로 열었던 소방관들이 문 수리비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이 후원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지난 24일 광주 북부소방서는 이날 오후 6시까지 "소방관들이 내야 할 보상금을 대신 내고 싶다"는 문의가 15건이나 접수됐다고 밝혔다.
소방서에 따르면 서울에서 활동하는 한 기업 대표는 "소방관들을 항상 존경하고 고맙게 생각해 왔다"며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경상도에 사는 한 남성은 "총보상금액을 내가 다 지불하겠다. 계좌번호를 불러달라"고 소방서에 제안했다. 이날 소방서를 찾아온 50대 남성 2명은 "행여 소방관들이 돈을 낼까 봐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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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은 "돕고 싶다. 힘든 일을 하고 돈까지 물어준다니 가슴이 아프다"며 "기부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의했다.
그러나 소방서는 모든 후원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해당 보상금은 시 조례에 따라 손실보상 예산으로 지급된다. 기사를 보고 소방관들이 직접 돈을 내는 줄 오해하신 것 같다"며 "소방관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만 받겠다"고 답했다.
광주 북부소방서는 지난달 11일 새벽 북구 신안동 4층짜리 빌라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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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은 인명 구조 작업 중 6가구의 현관문 도어록을 파손했다. 인명 구조를 위 필요한 조치였음에도 한 주민이 '수리비를 달라'고 소방서에 요청했다.
이런 요청이 나온 이유는 건물주가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소방서에 보상을 청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수리 비용은 총 508만원으로, 가구당 보상금액은 44만원에서 120만원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활동으로 인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경우 행정배상 책임보험을 통해 배상받을 수 있지만, 이 보험은 소방관의 실수나 위법한 행위로 인한 손실만 보전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광주소방본부는 행정보상 책임보험사로부터 빌라 화재 현관문 파손 건에 대해 보상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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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활동 중 발생한 재산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예산으로 1천만원이 책정되어 있었지만, 절반에 가까운 수리 비용을 한꺼번에 사용하기에는 과도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소방 당국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주시가 화재 현장에서 인명 수색을 위해 강제 개방한 현관문 수리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광주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불이 났던 빌라 6세대의 현관문과 잠금장치 수리비 500여만원에 대한 손실보상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인명 수색 과정에서 소방관들이 문을 강제로 열면서 현관문이 손상됐는데, 배상받을 방법이 없는 주민들의 지원 요청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강기정 광주시장 페이스북
강기정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에 뛰어드는 소방관이 보상 걱정까지 해서는 안 된다"며 "주민의 불가피한 피해도 마찬가지다. 행정에서 책임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제도와 손실보상 예산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광주소방본부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손실보상위원회를 열기 위한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 추가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도 차질 없이 지원이 이뤄지도록 추가경정예산 등을 거쳐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