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부모가 출산 직전 미국에 가서 낳은 자녀가 2년 이상 현지에서 체류했더라도 '원정 출산'으로서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양상윤)는 지난해 12월 6일 A씨가 서울남부출입국 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적선택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부모가 모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A씨는 2003년 7월 미국에서 출생해, 두 국가의 국적을 동시에 가진 복수국적자가 됐다.
이후 A씨는 스물한 살이 되던 지난해 2월 국적법 제13조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하고 대한민국 국적선택신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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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은 복수국적자가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한국 국적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다. 국적법에 따라 병역이나 세금, 범죄 처벌, 외국학교 입학 등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법무부에 제출하면 복수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출입국은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 방식의 국적 선택 불가, 외국 국적 미포기'를 이유로 A씨의 국적선택신고를 반려했다.
A씨가 태어날 당시 A씨의 어머니가 자녀에게 외국 국적을 취득하게 할 목적으로 외국에서 체류 중이었기 때문에 국적선택신고를 할 수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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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법 제13조 제3항에 따르면, 출생 당시 어머니가 자녀에게 외국 국적을 취득하게 할 목적으로 외국에서 체류 중이었던 사실이 인정되는 자는 외국 국적을 포기한 경우에만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한다는 뜻을 신고할 수 있다.
동법 시행령에서는 '출생 당시 어머니가 자녀에게 외국 국적을 취득하게 할 목적으로 외국에서 체류 중이었던 사실이 인정되는 자'에 대해 국내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는 어머니가 임신한 후 자녀의 외국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출국해 외국에서 체류하는 동안 출생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다만 부 또는 모가 자녀 출생 전후를 합산해 2년 이상 계속 외국에서 체류한 경우는 제외한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A씨는 자신의 모친이 미국 국적을 취득하게 할 목적으로 미국에서 출산, 체류한 것이 아니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또 부모가 출생 전후 미국에 2년 이상 체류했기 때문에 국적법 시행령 제17조 제3항의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게 A씨 주장이었다.
A씨의 모친은 2003년 7월 7일 미국으로 출국해 7월 30일 A씨를 출산한 뒤, 같은 해 8월 20일 A씨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쭉 한국에서 지내다가 2011년 다시 미국으로 출국해 2015년까지 약 4년간 미국에서 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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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모가 출산일을 포함해 '계속하여' 해외에 2년 머무른 것이 아닌 이상, 출생 전후 체류 기간을 임의로 합산해 계산할 수는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A씨 모친은 출산 후 한국에 돌아온 뒤 2011년에 이르러서야 다시 미국으로 출국했다"며 "국내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는 어머니가 자녀의 외국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출국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단순히 출생일 전후 체류 기간이 2년 이상이기만 하면 예외 조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그처럼 해석할 경우 '원정 출산' 등 편법을 방지한다는 입법취지를 제대로 달성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국적법은 엄격한 단일국적주의를 채택해 오다가 2010년 법 개정으로 제한적 복수국적을 허용하게 됐다"며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 방식은 당연한 권리로 주장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