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대구대 초등특수교육학과 최성규 교수와 제자 유장군 씨 / 대구대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님을 연상케 하는 대구대 교수와 제자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대구대 일반대학원 특수교육학과 유장군 씨와 최성규 초등특수교육과 교수다.
지난 19일 대구대에 따르면 이 대학 일반대학원 특수교육과에서 언어청각장애아 교육을 전공한 유장군(27) 씨는 오는 21일 9년간의 학업을 마치고 박사학위를 받는다.
유씨는 대학원 학위 수여식에서 박사 학위와 함께 우수연구상과 총동창회장상도 수상한다.
학부 때부터 박사 과정까지 9년간 유씨를 지도한 최성규(65) 초등특수교육과 교수도 이날 퇴임한다.
대구대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은 2016년 중증 지체장애와 뇌병변 장애를 가진 유씨가 대구대 초등특수교육학과에 입학하면서 시작됐다.
유씨는 가족도 없이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이런 유씨를 지켜본 최 교수는 대학 기간 내내 유씨를 각별히 보살폈다.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던 유씨가 입학금 300만 원을 낼 수 없어 고민하자 최 교수는 선뜻 입학금을 대신 내주며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최 교수는 20여 년 동안 교수 생활을 하면서 유씨뿐만 아니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총 7,600만 원에 달하는 장학금을 내기도 했다.
그는 유씨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최 교수는 콜라를 좋아하지만 심한 장애로 병뚜껑조차 따지 못하는 유씨를 위해 늘 대신 뚜껑을 따주기도 했다.
이에 두 사람은 서로를 '콜라병 뚜껑 따 주는 사이'라고 표현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하지만 늘 함께하던 두 사람도 서로 의견이 엇갈렸던 적이 있다. 최 교수는 유씨가 학부 4학년 때 교원 임용시험을 준비하기를 원했지만, 유씨는 대학원 진학을 고집했다.
최 교수는 자신도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공부했기에 제자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또 대학원에 진학 후에도 최 교수는 유씨에게 '지체장애' 분야 공부을 권했지만, 유씨는 청각장애 분야를 전공한 최 교수에게 배우기를 고집했다.
결국 원하는 분야를 공부할 수 있게 되자 학업에 대한 유씨의 열정은 더욱 뜨거워졌다.
유씨가 박사 과정 재학 기간 단독 또는 제1 저자로 게재한 논문은 7편에 달하며, 이 중 2편은 국제 학술지이자 세계 최대 논문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퍼스(SCOPUS)에도 게재됐다.
유씨가 쓴 논문은 '지체장애학교 교사의 교수학습 방법', '장애인 교원의 교직입문에 관한 질적 연구', '초등학교 국어교곽서 장애인인식교육 삽화 비교 분석' 등 주로 교육 분야에서 장애인의 활동과 역할을 주제로 삼은 연구들이었다.
그는 스승인 최 교수와 '장애인 교원의 교직입문 전과 후의 교직 발달에 대한 질적연구' 논문을 공동 집필해 한국지체·중복·건강장애교육학회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오는 21일 두 사람은 9년간의 인연을 뒤로 하고 각자 새로운 길로 떠난다.
스승 최 교수는 퇴임 후 청각장애인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실천가로 활동하며, 제자 유씨는 졸업 후 교원 임용 시험을 준비할 계획이다.
유씨는 "최 교수님 조언대로 교원 임용 시험을 준비할 예정"이라면서 "교원으로 임용돼 경제적으로 자립한 후 미국 유학을 다녀와 최 교수와 같은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장군이는 일반 학생과의 경쟁에서 절대 뒤처지는 법이 없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수업은 청강하며 7번가지 들을 정도였다"며 "학점을 잘 받기 위한 노력보다 실질적인 이해를 위해 노력하고 무조건적인 수용보다 의문과 검증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라면서 "장래 반드시 좋은 학자요 교수가 될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사연은 많은 이들에게 큰 용기와 감동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