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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입자의 극단적 선택 사실을 모르고 이사한 부부가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변호사들은 집주인에 대해 형사처벌은 어렵다면서도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지난 17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은 결혼 3개월 차 신혼부부의 충격적인 사연을 보도했다.
사연에 따르면 30대 남편 A 씨는 신혼집으로 이사한 후 이상한 가위눌림과 악몽에 시달렸다. 그는 "아무리 난방을 세게 틀어도 한기가 가시지 않았고 아내는 향냄새를 맡았다"고 말했다.
A씨는 "밤에 자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소파에 어떤 검은 형체가 앉아 있는 모습도 봤다. 스트레스받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웃들의 시선이 찝찝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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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잘못 배송된 택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A씨 부부는 아랫집 아주머니에게 "그 집에 사는 거 괜찮냐"는 질문을 받았다.
A씨가 "안 그래도 자꾸 밤잠을 서린다. 이 집에 무슨 문제라도 있냐"고 묻자, 아주머니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 못 한다. 다른 사람한테 물어봐라"라며 황급히 말을 돌렸다고 한다.
끈질긴 추궁 끝에 A씨가 알게 된 신혼집의 비밀은 충격적이었다. A씨 부부가 이사 오기 전 이 집에 살던 사람이 극단 선택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하는 등 온 동네가 뒤집혔다는 것.
아랫집 아주머니는 "그 일 이후 아무도 없는 위층 집에서 새벽마다 쿵쿵대는 소리가 나 너무 무서워서 결국 집을 내놨고, 요즘은 딴 데 가서 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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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집주인이 일부만 수리하고 바로 세입자를 찾았고, 그게 우리 부부였다"며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강심장'이라고 수군댄 거였다. 우리 부부는 몰랐다. 공인중개사나 집주인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집주인에게 항의도 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무슨 소리하냐. 우리 집에서 사람 안 죽었다. 모함하지 말라. 조선 팔도에 사람 안 죽는 집이 어디 있냐?"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A 씨는 "최근에도 아내와 함께 같이 자는데 가위에 눌렸고 동시에 깼다. 공포에 질려서 급하게 짐 싸서 집을 뛰쳐나왔다"며 "아내는 임신한 상태다. 찜질방을 전전하다가 지금은 월세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양지열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이걸 법적으로 고지 의무가 있다고 정해놓지 않았다. 형사처벌 대상까지 되는지에 회의적이지만, 민사상 계약할 때 이 정도는 알려줘야 할 중요한 고지 의무가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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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사할 때 일종의 손해배상은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박지훈 변호사도 "형사 처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사기라고 보기도 좀 어렵다. 계약상 착오에 의한 취소도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이런 건 고지해주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견해를 밝혔다.
지난 2006년 유사한 사건을 다룬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집주인은 이 같은 사정을 세입자에게 고지할 필요가 있다.
당시 대법원은 오피스텔 내 살인사건 발생 사실을 신의성실 원칙상 부동산 계약 체결 시 필수 고지 사항으로 보고, 이를 알지 못한 세입자의 계약 취소나 파기 권리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