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GettyimagesKorea
일상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무심코 사용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 평생 소리를 차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6일(현지 시간)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사는 소피(Sophie, 25)는 최근 청지각 장애(Auditory Processing Disorder, APD) 진단을 받았다.
런던에서 행정보조원으로 일하는 소피는 BBC 인터뷰에서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다. 어떤 사람의 목소리인지는 알지만, 빠르게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했다.
대학교 재학 당시 소피는 주로 자막이 있는 동영상 강의를 시청했다고 한다.
실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으면 모든 단어가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들리면서 제대로 듣기 위해 애를 써야했기 때문이다.
청각 전문의는 소피의 청지각 장애 진단에 대해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하루 최대 5시간 동안 착용한 것"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매일 최대 5시간 동안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착용하다 청지각 장애를 진단받은 영국 여성 소피 / BBC
소피가 진단 받은 청지각 장애는 청력은 정상이지만 소리를 처리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생기는 장애다.
이 장애는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두세 번 반복해서 다시 물어보거나, 잘못 이해하거나, 대답 속도가 느려진다는 특징이 있다.
보통 어릴 때 뇌를 다쳤거나 중이염에 걸렸던 사람들에게 흔히 발생하나, 최근 이에 해당하지 않는 젊은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영국 청각학회(British Academy of Audiology) 부회장이자 소아 청각학을 전문으로 하는 클레어 벤튼(Claire Benton)은 자동차 경적처럼 일상적인 소음을 차단하면 우리 뇌가 소음을 걸러내는 것을 잊어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클레어는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헤드폰 착용이 굳이 무언가 듣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는 잘못된 상황을 만들었다"라고 지적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GettyimagesKorea
최근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착용하고 길을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더불어 OTT 등의 영상 콘텐츠가 제공하는 한국어 자막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서비스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듣기 능력이 떨어지거나 특정 소리를 해석하기 위해 굳이 노력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각학자 안젤라 알렉산더(Angela Alexander) 박사는 청지각 장애를 예방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헤드폰 사용 시간을 줄이고, 약한 강도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사용하거나, 귀를 완전히 막지 않는 제품을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