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부산 기장군 일광읍에 있는 한 은행에 침입한 강도가 고객과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은행 CCTV 영상
대낮에 부산의 한 은행에서 '장난감 총'을 들고 강도 행각을 벌인 30대 남성이 고객과 은행 직원에게 붙잡혔다.
지난 10일 부산경찰청은 이날 강도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11시쯤 기장군의 한 은행에 침입해 현금을 강탈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목도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검은색 비닐봉지로 감싼 권총 같은 물건을 손에 쥐고 은행에 들어왔다.
그는 은행 고객들을 밖으로 내쫓고 지점장실에 침입을 시도하는 등 현금을 찾으러 은행 안을 돌아다녔다. 당시 지점장실 내부에서는 지점장과 고객이 문고리를 잡고 버티고 있었으며, 경찰에 신고하고 보안업체 출동 버튼을 눌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점장실에 들어가지 못하자 창구로 나와 은행 직원들을 위협해 자신이 미리 준비해 온 여행용 가방에 5만 원권 지폐를 모두 담으라고 요구했다.
검은 비닐 봉지로 감싼 장난감 물총 / 부산 기장 경찰서
강도 A씨를 최초로 제압한 사람은 당시 은행을 찾은 시민 박천규(53) 씨였다. 박씨는 이날 강도가 들이닥치기 전 아내와 함께 은행을 찾았다.
기회를 노리던 박씨는 A씨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순식간에 그에게 달려들어 검은색 비닐봉지를 빼앗았다.
이 과정에서 박씨와 A씨 사이 몸싸움이 벌어졌고 은행 직원들이 합세해 A씨를 제압했다. 이로써 A씨의 강도 행각은 단 2분 만에 막을 내렸다.
A씨가 검은 비닐봉지로 감싸 권총으로 위장한 장난감 물총 / 부산기장경찰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확인 결과, A씨가 들고 있던 검은 비닐봉지 안에는 공룡 모양의 장난감 물총이 들어있었다. 물총을 권총으로 위장해 직원들과 고객들을 위협한 것이다.
다행히 이 사건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당시 은행에 있던 고객과 직원들이 공포에 떨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현재 뚜렷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현재 범행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10일 오전 부산 기장군 일광읍에 있는 한 은행에서 강도가 고객과 직원을 위협하고 있다. / 은행 CCTV 영상
A씨를 붙잡은 박천규 씨는 젊은 시절 특수부대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은행 업무를 보고 있는데 등 뒤에서 '돈을 넣어라, 무릎을 꿇어라'는 등의 소리가 나 쳐다보니 강도가 있었다"며 ""강도 손에는 총처럼 생긴 물건이 비닐봉지에 쌓여 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강도가 1명뿐이어서 검은 봉지만 뺏으면 되겠다고 판단했고, 그때부터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총만 바라봤다. 자칫 나도 다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내도 있었고 당시 상황을 해결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강도가 한 손으로 총을 잡고 있었고 시선도 잠시 멀어져 있는 상황이라 지금 가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찰나에 다가가 두 손으로 총을 잡은 거 같다. 총기 사고가 발생할 상황까지 생각해 사람이 없는 쪽에서 총을 뺏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박씨는 "강도를 잡고 보니 검은 비닐봉지 속 물건이 장난감 물총이었지만 강도를 잡을 때까지만 해도 가짜 총일 것이라고 전혀 생각 못 했기 때문에 사력을 다했다"며 "다른 사고가 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박씨는 과거 의무복무를 특공대에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간부부대로 바뀌었지만, 예전 701부대에서 군 생활을 했다. 복무한 지 오래되기는 했지만 일반 사람들보다는 총에 대해 잘 알고 있어 공포감이 덜해 몸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용감하게 강도를 제압한 박씨에게 조만간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