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14일(금)

두 자녀 있는 40대 가장 '일본도'로 살해한 30대 사형 아닌 '무기징역'... 유족 '분통'

아파트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가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아파트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가 2024년 8월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지난해 서울 은평구에서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 주민을 숨지게 한 30대 남성 백 모 씨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유족은 재판부가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권성수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등 혐의를 받는 백 모(38)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2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아울러 유족에게 어떤 방법으로도 접근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는 내용이 포함된 준수사항도 부과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뉴스1뉴스1


사건은 지난해 7월 발생했다. 백씨는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칼날 길이 75㎝, 전체 길이 약 102cm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아파트 주민 김 모(44) 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백씨는 김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김씨는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참변을 당했다.


백 는 '중국 스파이가 자신을 미행한다'는 망상에 빠져 피해자 김씨가 자신을 감시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후 2시 30분으로 예정된 선고는 백 씨가 일신상의 이유로 재판에 나오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구인 절차를 거치느라 2시간 30분 지연됐다.


재판부는 구치소 상황을 확인하고 휴정을 선언했고, 오후 5시가 돼서야 백씨가 법정에 출석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재판부는 "살인은 사람의 생명이라는 고귀하고 존엄한 절대적 가치를 고의적으로 해하여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중대 범죄라는 점에서 용납할 수 없다"며 "망상 장애라는 피고인의 정신 상태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고, 그 책임이 엄중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족들은 사랑하는 남편, 아버지, 아들을 잃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비통함 속에 있다. 행복했던 생활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늦게나마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형사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은 참작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백씨는 심신 미약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일본도를 미리 구비해 범행을 계획했고, 정신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범행의 잔혹성을 봤을 때 감경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백씨는 이 법정에서 뒤늦게 법원에 반성문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주 마주치는 다수의 사람들을 중국 스파이로 의심하고 자신에게 별다른 해를 가하지 않았음에도 직접 처단한다는 명목으로 살인을 의도했다"며 "피해자나 유족들에게 죄책감 느끼지 않는다는 진술했고, 이 법정에서 뒤늦게 반성문을 제출하기는 했으나 심리 과정에서 보인 태도에 비춰보면 범행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며 참회와 속죄를 고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검찰이 요청한 보호관찰 명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은 장치 부착과 보호관찰을 요청했으나 형량을 고려할 때 장치부착은 재범의 우려가 있어 인정되는 반면 보호관찰은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은평구에서 발생한 일본도 살인사건 유가족 측 남언호 변호사가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열린 일본도 살인사건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원에 피의자 백 씨에 대한 사형 선고를 촉구하고 있다. / 뉴스1


유족 측 법률대리를 맡은 남언호 변호사는 판결에 대해 "(유족들은)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매일매일 극단적 정신적 고통에 휩싸여 있다"며 절대 심신미약의 형사적 감경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유족은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아주 악질적인 계획범죄였다. 그런데도 재판부가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것은 진짜 피해자를 위한 재판인지 가해자를 위한 재판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이 나라가 범죄의 나라가 되어선 안 되지 않느냐"라고 절규했다.


유족 측은 검찰에 항소를 요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