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30일(목)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직장 내 괴롭힘 피해 호소 '유서' 나왔다

인사이트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 Instagram 'ohyoanna'


지난해 9월 15일 사망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씨의 사인이 공개되지 않았던 가운데 '유서'가 나와 주목된다.


사망 당시 유족들은 사인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뒤늦게 오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비밀번호가 풀린 오 씨 휴대전화에서 유서가 발견됐는데 '직장내 괴롭힘 피해' 호소 내용이 담겨 있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7일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해 9월15일 오전 1시5분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원고지 17장 분량 총 2750자의 유서를 작성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사이트Instagram 'ohyoanna'


유서엔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 받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서 내용에 따르면, 2021년 5월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된 오 씨는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 대상이 됐다. 오 씨보다 먼저 입사한 한 동료 기상캐스터는 오보를 내고 오 씨에게 뒤집어 씌우는가 하면 또 다른 선 입사 기상캐스터는 오 씨가 틀린 기상 정보를 정정 요청하면 '후배가 감히 선배에게 지적한다'는 취지의 비난을 했다고 한다.


오 씨 계정의 카카오톡 대화에선 한 기상캐스터가 같은 프리랜서인데도 오 씨를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로 퇴근시간이 지난 뒤 회사로 호출하거나 1시간~1시간30분 이상 퇴근을 막은 정황도 발견됐다. 


인사이트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또 오 씨가 2022년 10월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제작진으로부터 섭외 요청을 받자 한 기상캐스터는 오 씨에게 "너 뭐 하는 거야?", "네가 유퀴즈 나가서 무슨 말 할 수 있어?"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실력' 등을 이유로 동료 기상캐스터들이 오랜 시간 오 씨를 비난해 온 메시지와 음성이 다량 발견됐다.


오 씨가 남긴 녹음 파일과 카카오톡 대화에 따르면, 오 씨는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MBC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따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 A씨는 매체의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 연락에 답하지 않았으며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캐스터 B씨도 "우리 모두 힘든데 이렇게 전화를 하시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MBC에 연락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 관계자는 "아직 제대로 파악이 안 됐다. 저희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시정해야 될 부분은 시정을 하고 비판도 달게 받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유서 공개로 MBC는 오 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인사이트YouTube '오늘비와?'


한편, 오요안나는 1996년 4월생으로,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21년 MBC 기상캐스터 공채에 합격해 평일과 주말 뉴스 날씨 코너를 맡았으며 2022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MBC를 대표하는 간판 기상캐스터로 출연해 주목받기도 했다.


오 씨의 유서엔 '내가 사랑하는 일을 마음껏 사랑만 할 수 없는 게 싫다. 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날 살리려고 불편해 지는 것도 싫다. 장례식은 야외에서 파티처럼 해 달라. 모두 드레스나 예쁜 옷 입고 와서 핑거 푸드 먹으면서 웃으면서 보내 달라. 묻지 말고 바다에 뿌려 달라'는 취지의 내용도 담겨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