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공식 론칭했다는 '일본 1위 관절약'의 정체
'일본에서 유명한 관절약이래요', '부모님 효도 선물로 딱이에요'
최근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탔던 관절약의 충격적인 정체가 밝혀졌다.
지난 14일 비양심 기업을 폭로하는 유튜버 '사망여우TV'는 '현재 일본 1위, 나라 망신'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게시된 지 이틀 만에 1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영상에는 최근 SNS와 블로그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관절약이 등장한다.
사망여우는 영상에서 이 약이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 제품이며 관절약도 아닌 '고형차'라는 사실을 폭로했다.
'칸세츠'라는 이 약은 '일본 1위 국민 관절약', '일본에서 1초에 3박스 팔리는 관절약', '일본의 유명한 박사님이 개발한 관절약' 등으로 홍보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본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라는 이 제품은 일본에서 가장 큰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 재팬'과 '라쿠텐'에 검색했을 때 아무것도 뜨지 않는 모습이다. 야후 재팬에 검색해도 제품 정보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인플루언서가 일본 돈키호테에서 칸세츠를 구입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은 사실 '가짜'였다.
사망여우에 따르면 제품 포장에 인쇄된 HACCP 인증 로고는 한국 인증 로고였으며, 광고 영상은 2023년 12월 올라온 다른 유튜버의 영상으로 칸세츠가 아닌 다른 제품을 구입하는 영상으로 '도용 영상'이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일본 돈키호테에서 칸세츠를 샀다는 글이 올라와 있는데, 사망여우는 이 역시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로그에는 하나씩 남은 칸세츠 제품을 겨우 찾았다며 제품이 배치되어 있는 매대 사진을 올렸다. 그런데 정작 가격 태그에는 칸세츠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비어 있는 매대에 올려두고 사진을 찍은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일본에서 칸세츠를 구매했다는 또 다른 블로거가 공개한 사 속 장바구니에 담긴 칸세츠 제품을 확대해 보면 한글이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광고에서 칸세츠는 '일본에서 아주 유명한 박사님이 개발했다'라고 소개되어 있어 제품 패키지에 인쇄된 남성을 개발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유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배우였다.
확인 결과 칸세츠의 제조원은 일본이 아닌 '전라북도 익산시'였다.
칸세츠를 판매·광고하는 메이크보그 측은 이에 대해 문의하자 "일본 내 판매 중이라는 발언은 저희와 무관한 제3자의 배포임을 안내드린다"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 제품은 관절약도 건강기능식품도 아닌 그냥 '고형차'였다.
칸세츠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TBS, 닛폰 테레비, 뉴스포스트세븐 등 여러 일본 매체도 이번 사건을 다뤘다.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약사들 중 이 약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일본 대기업이나 매장 등을 이용해 영상을 본 사람들로 하여금 상품을 신뢰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하며 "실체가 없는 '가짜 약'은 건강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으므로 의심스러운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또한 뉴스포스트세븐은 "일본의 의약품은 고품질로 잘 알려져 있다. 제품을 일본에서 판매되는 제품으로 속여 마케팅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ねえ、これ見て。
— 夏子、韓国に嫁ぐ (@0801234go) January 5, 2025
怖くない!?????!?? https://t.co/4GKFy8SKWA pic.twitter.com/zq0JqQkxrT
한 일본인은 지난 3일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한국인 친구가 칸세츠라는 제품이 일본에서 인기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일본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홈페이지의 일본어도 이상하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게시글은 2,7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홍보 문구 중 사실인 게 하나도 없네", "악질 중에 악질이다", "사기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진짜 나라 망신이네", "일본 살고 있는데 저런 제품 처음 본다", "소름 돋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일본인 누리꾼은 "상품명도 부자연스럽다고 느꼈다. 칸세츠는 일본어로 '관절'이라는 뜻이다. 패키지에도 일본어로 '칸세츠'가 아니라 '칸세'라고 쓰여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과거에도 허위광고 논란 휩싸여
한편 칸세츠의 유통전문판매원인 메이크보그는 과거에도 허위광고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메이크보그의 다이어트 보조제 '톡스웰'은 '호주 언론 타고 16주 연속 품절', '미국 약국 품절템', '미국 약사 추천 제품' 등의 문구를 넣어 제품을 광고했지만, 실제 미국에 거주하는 이용자들은 "들어본 적 없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망여우는 톡스웰 광고 영상에 등장하는 이탈리아의 약국에 확인해 봤지만, 해당 제품을 처음 본다는 답변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