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18일(토)

"트랜스젠더는 여자 경기 나오지마" 출전 금지법 美하원 통과

美하원서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경기 출전 금지 법안 '가결'


인사이트트랜스젠더 수영 선수 리아 토마스의 남성일 때와 여성일 때 사진 / (좌) Facebook, (우) Penn Athletics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종목 운동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법안이 미국 하원에서 통과됐다.


지난 1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 하원에서 '스포츠 여성과 소녀 보호법'이 찬성 218표 대 반대 206표로 가결됐다.


이 법안에는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종목 운동경기 출전을 막기 위해 '타이틀 9'을 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타이틀 9'은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프로그램이나 활동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타이틀 9'을 운동경기에 적용할 경우 선수 개인의 출생 당시 생식기관과 유전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운동경기에서 생물학적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인사이트리아 토머스 / GettyimagesKorea 


앞서 지난 2022년 전미대학체육협회 여자수영 자유형 종목에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리아 토머스 선수가 우승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토머스는 2017년 남성팀에서 활동하다 2021년 여성팀으로 옮겼는데 당시 성전환 수술 없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호르몬 치료를 받아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가 정한 여자 대회 출전 조건을 충족했다. 


미국 공화당은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종목 경기 출전을 금지해 생물학적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우리는 성경과 자연을 통해 남자는 남자이고 여자는 여자이며, 남자는 여자가 될 수 없고 여자는 남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트랜스젠더 운동선수의 경쟁 제한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성소수자 인권을 중시하며 강력하게 반대의 뜻을 전했다. 트랜스젠더 선수가 신체검사를 받거나 할 때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으며 운동경기에서도 성소수자는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두 명은 이번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이러한 법 제정을 공약한 바 있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경우 취임 후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상원에서의 통과 가능성은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인사이트트랜스젠더 선수인 이마네 칼리프와 안젤라 카리니의 경기 모습 / GettyimagesKorea.


한편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종목 출전 논란은 전세계적으로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복싱여자 66kg급 16강전에서 알제리 출신의 트랜스젠더 이마네 칼리프와 경기를 벌이던 이탈리아 대표 안젤라 카리니가 경기 시작 46초만에 기권패하는 일이 있었다.


얼굴에 강력한 펀치를 맞은 카리니는 경기 후 눈물을 보이며 "13년간 복싱선수로 활동하면서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이탈리아에서는 가족부 장관, 체육부 장관, 총리까지 나서서 "불공정하고 위험한 경기"라고 맹비난했으며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도 "여자 권투선수가 죽어야 이 광기가 끝날 것인가"라며 일침하기도 했다.


많은 누리꾼들이 "이미 남성으로 골격이 완성된 선수가 성전환을 했다고 한들 여성 선수와 신체 조건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성소수자 보호와 별개로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종목 출전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