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반 집회에서 '보급 침탈' 경쟁까지 벌어져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재집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에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주변 집회 분위기가 격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윤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과 반대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보급 침탈' 경쟁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벌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에서 상대 진영을 방해하려는 이들 때문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양측 집회를 주최하는 이들은 추위에도 도로에 나선 참가자들을 독려하기 위해 컵라면이나 핫팩 등을 현장에서 무료로 나눠주고 있었다.
상대 집회 방해하기 위해 무료 물품들 고의로 대거 가져오는 참가자들
그런데 상대 진영에서 침투한 이들이 물품을 대량 가져가며 집회를 방해하는 '보급 침탈전' 경쟁이 붙은 것이다.
탄핵 찬성 집회에서 핫팩과 도시락 등을 나눠 주던 A씨는 "20~30대의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진보 시위대 쪽에서 물품을 계속 받아내 빨리 소진시키자'고 방송하며 대놓고 물품을 받으러 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왔다 갔다 하며 물품을 받아 가는 사람도 있었다"며 "주머니에 성조기와 태극기가 꽂혀 있는 걸 우연히 보고 '가 달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랑제일교회 측 자원봉사자는 "젊은 커플 한 쌍이 와서 핫팩을 줬더니 받자마자 휙 돌아서서 웃으며 탄핵 찬성 집회 쪽으로 가버렸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보급 침탈' 경쟁이 이어지자 대응책으로 일종의 '사상 검증'을 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컵라면을 나눠주던 윤 대통령 지지 자원봉사자는 "'이재명 구속'이라고 말해보라고 시킨 뒤 그대로 말하면 나눠준 적도 있다"고 했다.
탄핵 찬성 측에서는 "식사와 핫팩뿐만 아니라 스티로폼도 (지지 진영에) 다 털렸다"며 "워낙 손해를 많이 봐서 이제는 꼭 (어느 진영인지) 물어보고 나눠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고조되는 양 측의 신경전이 마찰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장 우려되는 건 절도에서 그치지 않고 폭력으로 비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