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2월 05일(수)

40년 동안 공들여 세계 최대 '토끼박물관' 미국인 아저씨 눈물 흘리게 만든 LA화재 현장

LA산불에 40년 공들인 토끼 박물관도 불타


인사이트기네스 세계 기록 홈페이지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산불로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 명물이었던 '토끼 박물관'도 잿더미가 됐다.


40년 가까이 토끼 관련 소품을 모아 박물관을 운영해 온 남성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울먹이면서도 박물관을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현지 시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타임스)와 현지 방송국 KCAL 뉴스 등에 따르면 LA 북부 알타데나의 레이크 애비뉴에 있는 토끼 박물관에도 지난 8일 불길이 번졌다.


토끼 박물관은 스티브 루반스키와 캔디스 프레이지 부부가 운영하던 곳으로 4만 6000개 이상의 토끼 관련 수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인사이트기네스 세계기록 홈페이지


루반스키 부부는 서로를 '버니'(토끼)라는 애칭으로 부르면서 토끼 모양의 소품을 선물하다가 관련 수집품을 하나둘씩 모은 것이 박물관으로 이어졌다.


전시품 중에는 루반스키가 아내 프레이지에게 처음 선물한 토끼 인형을 포함해 수백 개의 미니어처 도자기 토끼, 토끼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 토끼 모양의 쿠키 단지 등이 있다.


이 밖에도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등 토끼와 관련한 영화 포스터와 토끼 의상, 토끼를 소재로 한 책 등 다양한 토끼 소품들이 가득 찼다.


다양한 토끼 관련 물품과 숫자로 루반스키 부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토끼 수집품 보유'라는 주제로 기네스 세계기록을 인증받기도 했다.


인사이트화마가 휩쓸고 간 토끼 박물관 / GettyimagesKorea


박물관 주인 루반스키, 눈물 흘리며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


불이 박물관을 집어삼켰을 때 루반스키도 직접 나와 소방 호스를 들었다. 부부는 불이 점점 번져오자 몇몇 토끼 소품과 실제 키우는 토끼 '도라스'와 '니키', 그리고 고양이만 챙겨서 빠져나와야 했다.


직접 진화에 나서다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KCAL 방송과 인터뷰에 나선 루반스키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헝클어진 머리 얼굴 곳곳에 그을음이 묻은 루반스키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우리에게 상징적인 알타데나 올드타운 전체가 사라졌다"며 "이 충격이 한동안 가시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와 제가 이 박물관을 완성하는 데 거의 40년이 걸렸다"며 "이렇게 됐지만,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이라며 희망을 놓치지 않았다.


인사이트눈물 흘리는 스티브 루반스키 / YouTube 'KCAL News'


9일 아내 프레이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토끼 박물관을 같은 자리에 재건하겠다고 팬들과 약속했다.


한편 지난 7일부터 시작된 LA 산불은 닷새째 불길이 이어지며 서울 면적의 4분의 1에 달하는 160㎢에 달하는 면적을 태우고 있다. 건물 1만 2000여 채가 불에 타고 24명이 숨졌다.


한때 돌풍을 타고 7개로 늘었던 산불은 3개로 줄었다. 허스트 산불은 89%, 팰리세이즈와 이턴 산불은 각각 13%, 27% 진화됐다.


캘리포니아 등 9개 주에서 동원된 소방차 1354대, 항공기 84대, 인력 1만 4000명이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