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13일(월)

제주항공 참사 유족, "우리는 나랏돈을 축내는 벌레가 아니다" 악성 댓글 심정 토로

제주항공 참사 유족, 악성 댓글에 심정 토로


인사이트지난달 29일 제주항공 참사로 사망한 오인경·박승호씨 부부의 유골함. / 박근우氏 페이스북


제주항공 참사로 부모를 잃은 유족이 악성 댓글에 대한 심경을 밝히며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지난 11일 대학생 박근우(23)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 이번 제주항공 참사로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었다”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박씨는 지난달 29일 태국 여행을 마치고 귀국 예정이던 부모를 기다리다 참사 소식을 접했다.


박씨는 “어머니께서 ‘새가 날개에 끼어 착륙을 못 한다. 유언해야 하냐’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설마 했다”며 “곧 청천벽력 같은 사고 소식에 광주광역시에서 무안공항까지 30분 만에 달려갔다”고 전했다.


그는 사고 당시 무안광주고속도로에는 자신 외에도 미친 듯이 가속하며 달리는 차량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부모의 시신을 확인한 순간을 회상하며 “다행히 두 분은 얼굴과 사지가 비교적 온전한 상태였다”며 “그제야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고, 소방관, 경찰관,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의 도움 덕분에 부모님을 잘 모실 수 있었다. 이분들께 진 빚을 평생 갚아나가고 싶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인사이트박 씨가 사고 전 어머니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 박근우氏 페이스북


그러나 유족들은 사고 이후 겪은 또 다른 고통을 호소했다.


박씨는 “정부가 긴급생계비 300만원을 지원했다는 보도 이후 유족을 향한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며 “우리는 나랏돈을 축내는 벌레가 아니다. 부모님 목숨값인 보상금이 들어온다 해도 펑펑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유족들은 돈벌이를 위해 공항에 나와 있는 것이 아니다. 사고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억울한 죽음을 방지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참사 원인 규명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정비 문제는 제주항공의 책임일 수 있고, 새를 제때 쫓지 않은 것은 공항 관리의 소홀일 수 있다. 또한 로컬라이저를 콘크리트 위에 설치한 것은 항공청과 공항공사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향후 각 주체들이 책임을 떠넘기고 정치권에서 사건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며, 그 과정에서 유족들은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이라며 “이번 참사를 절대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박씨는 “부모님 사업 정리와 세무 문제로 하루에도 100km 이상 이동하며 바쁘게 지냈지만, 부모님의 죽음을 제대로 슬퍼할 시간조차 없었다”며 “앞으로의 걱정에 깔려 죽을 것 같고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끝까지 버티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씨는 “모든 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 사고를 잊지 말아달라. 그래야 우리도 슬픔을 가슴속에 묻고 다시 동료 시민들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고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