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령에도 남아 집 지키려던 할리우드 배우, 결국 고립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이 엿새째 잡히지 않으면서 시내 쪽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할리우드 배우 세바스찬 해리슨(Sebastian Harrison, 59)이 불길에 고립됐다가 간신히 구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피플,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리슨은 지난 7일 화재 소식을 접하자마자 LA 말리부에 있는 자택으로 달려갔다. 그는 2010년 240만 달러(한화 약 35억 원)에 해당 맨션을 매입했다.
해리슨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집 가장자리에 불씨가 옮겨붙은 상황이었다.
그는 우선 고령인 아버지 리처드 해리슨(Richard Harrison, 89)을 구출한 뒤 집에 옮겨붙은 불을 끄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해당 지역에는 대피령이 떨어진 상태였다.
이 지역에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을 포함한 수만 명의 주민들은 이미 대피를 시작했지만, 해리슨은 불을 끄겠다며 대피령을 무시하고 집에 남았다.
호스를 잡고 물을 끌어와 지붕에 뿌리는가 하면, 야외 정원에 있던 가구들을 모두 치우는 등 노력을 했지만 불길을 더욱 거세졌고 결국 그도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해리슨은 차를 타고 현장을 벗어나려 했으나 시동이 걸리지 않아 결국 불길 속에 고립됐다.
해리슨은 당시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해 SNS에 공개했다.
그가 공개한 영상에는 엄청난 불길에 새빨갛게 변해버린 하늘, 재가 자욱한 풍경에 불똥이 날아드는 화재 현장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이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지옥을 연상케 한다.
해리슨은 "지옥, 지옥이었다. 바람이 전혀 불지 않다가 갑자기 엄청난 돌풍이 불더니 주변에 주황색 불꽃 벽이 나타났다. 불꽃과 연기, 날아다니는 파편들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며 "바위 뒤로 몸을 숨겨야 했다. 필요하다면 바다로 뛰어들 준비도 되어 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행히 해리슨은 보유한 차량 중 시동이 걸리는 차를 찾아내 현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는 이날 오후 9시께 아내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지 소방 당국과 접촉해 구조됐다. 구조 당시 그가 타고 온 차량에는 이미 불이 붙어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이후 해리슨의 아내 리비아 필만(Livia Pillmann)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산불로 파괴되어 버린 자택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팰리세이즈 화재의 참상. 아직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믿을 수 없다"며 "최근 우리 재산을 파괴한 화재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 이런 일을 당하면 할 말을 찾기가 어렵다. 화마는 많은 것을 앗아갔지만 우리 마음속에 이 집에 대한 추억이 살아있다"라고 전했다.
미국 B급 영화계의 베테랑 배우인 리처드 해리슨의 아들 세바스찬 해리슨은 이탈리아 로마 출생의 미국인이며 소자본 독립 영화에 주로 출연한 배우로 알려졌다.
현재는 지역 무선통신사업체 '셀룰러 어브로드Cellular Abroad)'를 운영하고 있다.
"LA 산불 사망자, 현재까지 최소 16명"
한편 CBS에 따르면 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확산하면서 11일 오전 기준 약 57㎢ 면적과 최소 7000채의 건축물을 불태운 이턴 화재 진화율은 15%, 약 91.7㎢ 면적과 최소 5300채의 건축물을 불태운 팰리세이즈 화재의 진화율은 11%에 불과하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검시관 사무실은 이번 산불과 관련된 사망자가 최소 16명이라고 발표했다.
사망자 중 11명은 이턴 화재, 5명은 팰리세이즈 화재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