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자 면제 확대에도 외국인 관광객 감소
중국이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비자 면제 정책을 대대적으로 확대했으나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실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중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2천300만 명으로, 이는 중국의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202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두 배로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63%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해 1억9천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수십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미국과 서유럽 국가 출신 관광객은 매우 적었고, 주로 근처 아시아 국가 출신 외국인이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블룸버그는 "서방 국가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인식이 나빠졌다"면서 "경제적·정치적 이유로 중국 여행의 선호도도 자연스레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문 여행사인 임페리얼 투어의 설립자 가이 루빈은 "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중국을 두려워한다"면서 "사람들은 지정학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임페리얼 투어는 팬데믹 이전에는 사업 부문의 90%가 중국 여행을 취급했지만, 이제는 한국 여행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서양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는 상황도 여행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행 통계 업체 포워드키스의 자료를 보면, 중국 관광 여행객은 2019년의 79% 수준으로 회복했으나 출장 여행객은 겨우 52% 수준에 머물렀다.
출장 여행 예약 전문 업체인 사반티 트레블은 "한때 우리는 글로벌 경영진을 위한 중국 여행을 많이 주선했으나 이제는 그 지역이 도쿄나 서울로 대체됐다"면서 "업무를 마친 뒤에는 일본의 다른 지방이나 발리 등으로 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한 블룸버그는 중국의 불편한 결제 시스템과 구글·인스타그램 등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인터넷 검열도 중국 여행을 주저하게 하는 요소가 됐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현지 은행 계좌와 휴대폰 번호가 필요해 외국인들이 사용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들은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사용하려 하지만 많은 상점과 서비스 제공자들이 모바일 결제만을 선호하여 불편을 겪고 있다.
이렇듯 중국 여행 수요 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중국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늘리려 지난해 38개 국가에 대한 무비자 정책을 실시했다. 한국도 같은 해 11월 비자 면제 대상 국가에 포함됐다.
또한 중국 당국은 54개 국가의 경우 중국 환승 경유에 대해서도 비자 면제 정책을 실시했다.
블룸버그는 "과거 중국은 비자 면제 정책을 실시할 때 상대 국가에 호혜적 요구를 하는 경향이 강했다"면서 "이제는 일방적 비자 면제를 주도적으로 제공해 심각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상황에서 외국인 소비자를 유치하려는 절박함이 엿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