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18일(토)

희귀암 환자 종양 제거 수술하다 다친 의사, 암 옮았다 (연구)

암 환자 수술하다 다친 의사, 손바닥에서 종양 자라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암 환자의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다 다친 외과의사의 손에 악성 종양이 생긴 사례가 알려졌다.


지난 1일(현지 시간) 과학 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Live Science)에 따르면 독일의 한 병원 외과의사 A(53)씨는 희귀암인 악성 섬유종 조직세포종(cancerous fibrous histiocytoma)을 앓는 32세 남성의 복부에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던 중 손에 상처를 입었다.


'악성 섬유종 조직세포종'은 연조직에서 발생하는 희귀한 유형의 암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환자의 복부에서 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집도하면서 환자에게 배액관을 삽입하는 과정에서 왼손 손바닥을 다쳤다.


그는 상처 부위를 즉시 소독하고 붕대를 감았다.


당시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지만, 환자는 몇 개월 후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그런데 약 5개월 후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 A씨의 왼손 손바닥이 부어올랐다.


그는 상처가 생겼던 손바닥에 약 3cm 길이의 종양이 자라는 것을 발견하고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종기는 악성 종양이었다.


"환자의 암세포가 외과 의사의 손에 난 상처로 옮겨진 것으로 보여"


인사이트유전자 분석 결과 /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튀빙겐대학교 연구진은 환자의 종양 샘플과 A씨의 종양 샘플을 채취해 DNA를 분리하고 유전자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두 종양은 유전적으로 동일했다.


연구진은 "둘 다 동일한 유형의 세포로 분석됐다"며 "환자의 암세포가 외과 의사의 손에 난 상처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에게 동종 조직이 이식되면 면역 반응이 유발돼 조직 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이번 사례는 이례적이고 희귀한 경우"라고 덧붙였다.


다행히 A씨의 종양은 수술로 완전히 제거됐다. 현재 종양을 제거한 지 약 2년이 지났지만, 암이 퍼지거나 재발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숙주의 조직과 유전적으로 다른 이식 조직은 일반적으로 숙주의 면역 체계에 의해 표적이 되고 파괴가 된다. 장기 이식을 할 때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이유다.


하지만 A씨의 경우 상처 부위에 염증이 생겼지만, 이 면역 반응은 종양의 성장을 막지는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암세포는 종양을 파괴하는 항체를 생성하도록 유도하는 항원(면역계를 자극하는 물질)을 충분히 생성하지 못해 이식된 외과의의 면역 체계를 피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