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촬영팀 '또' 논란...이번에는 세계문화유산에 못질 '쾅쾅'

사진=민서홍 건축가

지상파 방송사를 통해 방영되는 한 드라마의 촬영팀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못질을 해 문화재 훼손 논란이 터졌다.

해당 드라마 촬영팀 관계자는 못질을 항의하는 이들에게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져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2일 민서홍 건축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병산서원 목격담을 기록한다"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게재했다.

글에는 민 건축가가 지난 12월 30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병산서원'을 들렀다가 드라마 촬영팀의 문화재 훼손 장면을 목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 건축가는 "병산서원에서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라며 "원 내부 여기저기에 드라마 소품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놓여있었고, 몇몇 스태프들이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 둘러보니 이미 만대루의 기둥에는 꽤 많은 등이 매달려 있었다"라고 말했다.

사진=민서홍 건축가

못질 항의에 '적반하장' 태도...시민들 분노

이어 "문화재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느냐고 항의했는데, 스태프들은 귀찮다는 듯 '이미 안동시 허가를 받았다. 궁금하면 시청에 문의하라'고 했다"라면서 "'허가받았다고 도대체 몇 번이냐 설명해야 하느냐'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성을 냈다"고 덧붙였다.

민 건축가는 "안동시청 문화유산과에 연락했고, 담당 공무원은 촬영 허가를 내준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라며 "나는 드라마 스태프들이 나무 기둥에다 못을 박고 있는데 이 사실은 알고 있느냐? 문화재를 훼손해도 좋다고 허가했느냐고 따졌고 그제야 당황한 공무원은 당장 철거 지시를 하겠다 대답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병산서원에서의 드라마 촬영은 그대로 진행됐다.

민 건축가는 "최초 신고했을 때는 적어도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나와 상황을 확인하고 사후 관리하기를 바랬지만 역시 충분한 조치가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병산서원 / 뉴스1

그는 "못 좀 박는 게 대수냐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옥 살림집에서도 못하나 박으려면 상당히 주저하게 되는데 문화재의 경우라면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되자 안동시는 뒤늦게 상황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는 "민원 접수 뒤 철거를 지시했으며, 관리사무소를 통해 상황을 확인했다"라며 "현장 방문 점검과 함께 훼손도를 확인하고 추가조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