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04일(토)

내년 결혼 앞둔 두 딸 두고 먼저 떠난 아빠... 눈물바다 된 '무안 제주항공 참사' 빈소

동아리 회원들과 생애 첫 해외여행서 참변


인사이트31일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의 빈소에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의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 2024.12.31/뉴스1


"내년에 두 딸 모두 시집 보낼 예정이었는데…."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인 31일 광주 광산구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A 씨(62)의 빈소.


초입에 놓여진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의 근조화환이 A 씨가 사고 희생자임을 알리고 있었다.


가족들은 A 씨의 황망한 소식을 믿지 못하는 듯 분향소로 향하지 못한 채 한동안 가족 대기실에 머물렀다.


딸들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장례식장 복도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엉엉 소리 내 울었다.


벽을 타고 번지는 울음소리를 들은 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등을 수차례 토닥이며 위로했다.


지난해 퇴직 후 음악 동아리 회원들과 생애 첫 해외여행으로 방콕행을 택했던 A 씨.


하지만 아내와 두 딸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마지막 여행으로 남게 됐다.


축구복 입은 영정사진... 운동 즐겨해 장기 기증 계획도


인사이트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31/뉴스1


A 씨의 두 딸은 모두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들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갈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예비 사위들은 아직 식을 올리진 않았지만 슬픔을 나누기 위해 빈소 안내판의 사위란에 이름을 올렸다.


평소 조기축구 회원으로 활동하며 운동을 즐겨한 A 씨는 장기 기증 의사도 있었지만 그 꿈 마저 이룰 수 없게 됐다.


대신 유족들은 환한 웃음과 함께 축구복을 입고 늠름한 자세로 공을 밟으며 행복해하는 A 씨의 전신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준비했다.


가족들은 사고 현장에서 전달받은 A 씨의 핸드폰과 유품이 없어 지인들의 연락처도 수소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29일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희생된 179명 중 9명의 장례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