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03일(금)

"배 속에 둘째 품고 태국 여행길 오른 아내... 6살 딸과 둘만 남았습니다"

결혼 후 7년 간 농사 짓다 떠난 해외여행서 돌아오지 못한 아내


사고 현장 / 뉴스1사고 현장 / 뉴스1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승객 175명(한국인 173명, 태국인 2명),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탑승한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뒤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후미에 있던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했다.


사고 소식에 탑승객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무안공항에 모였으나 속속 발표되는 사망자 명단에 깊은 슬픔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배 속에 둘째 아이를 품고 여행길에 오른 아내를 기다리던 남편은 무너져 내렸다.


지난 30일 국민일보는 아내와 배 속 아기를 잃은 박모(42) 씨의 사연을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박씨는 제주항공 참사로 아내 고모(42) 씨를 떠나보냈다. 두 사람은 연애 3개월 만에 운명적으로 결혼한 뒤 전남 광주에서 함께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6살짜리 첫째 딸이 있었다. 고씨는 농사와 육아로 바쁜 삶을 살다 결혼 7년 만에 중학교 동창들과 태국 여행을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고씨는 여행길에 오르기 전 박씨에게 "둘째 아이를 임신한 것 같다"는 기쁜 소식을 알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두 사람의 마지막 대화가 됐다.


박씨는 "둘째 소식을 듣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아내가 여행에서 돌아오면 반겨줄 마음으로 기다렸다"며 울먹였다.


여행 출발 전 '둘째 임신' 소식 전한 아내..."반겨줄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농사일을 짓는 삶이 바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결혼하고 아내와 함께 일상을 보낸 것이 내게는 제일 행복한 기억"이라는 박씨. 그에게 또 하나의 숙제가 남았다.


엄마와 각별한 사이였던 6살 딸아이에게 사고 소식을 전하지 못한 것이다. 박씨는 "딸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떨궜다.


박씨는 "여행을 떠나면서도 나와 딸에게 너무 미안해 해서 일부러 연락을 안 하고 있었다. 토요일에 돌아온다고 해서 곧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됐다"고 비통함을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 1월 4일 24시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무안공항 현장과 전남, 광주, 서울, 세종 등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에 희생자에 대한 조의와 애도를 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