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일의 권위있는 추리문학상인 '한국추리문학상'의 2024년 제40회 대상작으로 김세화의 장편소설 '타오'가 선정되었다.
김세화 작가는 한국추리문학상의 신예상, 황금펜상,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한 적 있으며 이번 대상 수상으로 한국추리문학상의 전 부문 수상자가 되었다.
'타오'는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부조리의 뿌리 깊은 연쇄를 드러내는 정통 사회파 미스터리다. 30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포착한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치밀하고 방대한 스케일의 미스터리로 담아냈다.
작가는 뿌리 깊은 비관과 무기력이 불러일으킨 폭력, 사회 계층간의 억눌린 분노, 사건의 본질은 무시한 채 악의적인 기사를 양산하는 언론 등에 메스를 들이대며 날카롭게 해부한다.
소설은 폭우가 쏟아지는 밤에 발생한 폭행 사건으로 시작한다. 피해자는 이슬람 사원 건립 당시 교회와 주민들의 반대에 맞선 사회학자. 평범한 퍽치기로 보였던 사건은 한 달 뒤, 태풍을 동반한 폭우 속에 벌어진 다문화교류연구원 자문 변호사 살인사건으로 급진전을 맞는다.
특종의 냄새를 맡은 언론은 문화 혐오와 종교 전쟁의 프레임을 씌워 선정적인 보도를 토해내고,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새로운 시체가 발견된다. 현장에 남기를 고집하는 형사과장 오지영은 여성이라는 핸디캡과 불행한 개인사, 무능한 경찰로 낙인찍으려는 언론, 사내 정치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알력에 맞서며 꿋꿋하게 사건의 진실을 찾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사건의 중심에 '푸른 숲'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가 포착되면서 한국 사회의 복잡한 욕망 사이에서 갈기갈기 찢긴 비극적 삶이 드러난다.
일본에서 탄생한 사회파 미스터리란 용어는 고가 사부로, 에도가와 란포, 요코미조 세이시로 대표되는 본격 미스터리에 대한 반발로 생겨났다. 수수께끼 풀이에 집중하는 본격에 식상함을 느낀 작가들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그로 인해 발생한 범죄와 인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시작이었다.
대표적으로 마쓰모토 세이초가 '점과 선'이라는 걸작을 썼고, 뒤이어 모리무라 세이치의 '인간의 증명'이 발표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사회파 미스터리는 미스터리 하위 장르 중에서 로컬리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공간적이고 문화적인 조건을 작가와 독자가 공유하는 사회의 욕망과 모순을 그려내지 않는다면 존재 의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사회파를 표방하는 작품들이 큰 반향을 얻지 못한 이유가 바로 지금, 우리의 문제를 첨예하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김세화의 '타오'는 탁월한 현실 감각으로 우리 곁의 문제를 집요할 정도로 끈질기게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