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1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경상수지는 국제간 거래에서 자본거래를 제외한 경상적 거래에 관한 수지다.
1일 한국은행은 '2015년 12월 국제수지(잠정)'를 발표하고 12월 경상수지 흑자가 74억 6천만 달러(한화 약 9조원)을 넘어서며 2015년 총 경상수지 흑자가 1059억 6천만 달러(한화 약 128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제 흐름의 둔화가 지속하는 가운데 종전 최대치였던 2014년 844억 달러의 실적보다 약 215억 달러를 웃돈 기록이다.
하지만 이는 수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입이 더욱 줄어 얻게 된 '불황형 흑자'로 나타난 것이어서 경제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쌓이게 될 경우 원화 가치가 오르면서 수출 경제에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일본 정부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면서 엔화 약세를 이끄는 상황에 원화 강세까지 나타나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빠르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상수지 흑자가 1000억 달러를 넘긴 이유에는 수입의 감소도 한몫했다. 수입은 지난해보다 약 955억 달러(한화 약 115조원) 감소한 약 4286억 달러(한화 약 518조원)를 기록했는데, 투자와 소비가 침체하면서 나타나는 국내 경기 부진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 국제 유가가 2014년 평균 96.6달러(한화 약 11만 6천원)에서 51.2달러(한화 약 6만 2천원)으로 47.1% 하락한 점이 수입 액수가 줄어든 것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지금의 흑자가 '불황형 흑자'인지, 지금의 경기가 불황인지도 설명하기 적절하지 않다"며 불황형 흑자란 지적에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