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7일(금)

뺑소니·음주 차량 추격하는 경찰들 부상 위험 줄여줄 '착' 달라붙는 발사부착탄 GPS

뺑소니·음주 차량 추격부터 화재 현장에서까지 쓸 수 있는 '발사부착탄'


인사이트복합 표면에 부착되는 발사부착탄. (위) 원기둥과 (아래) 강철격자를 감싸면서 밀착 부착되는 발사부착탄. / GIST


위험을 무릅쓰고 뺑소니 차량이나 음주 의심 차량 등을 추격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신박한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지난 24일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기계로봇공학부 이종호 교수 연구팀이 얇고 넓게 펼쳐지는 '탄성 접착제'를 이용한 기능성 전자기기를 발사하여 목표물에 안정적으로 부착 및 유지시키는 회전 펼침 부착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탄성 접착제란 고무와 같은 탄성을 가진 엘라스토머(elastomer) 기반의 접착제로, 외부의 변형이나 충격에 유연하게 반응하며 접착력을 유지하는 특성을 가졌다.


이번 연구 성과는 물리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곳이나 이동 중인 차량 등에 최대 10m 거리까지 전자기기를 발사 및 부착시킴으로써 위치추적, 무선 모니터링, 구조 활동 등의 긴급 상황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사이트회전 펼침 부착 기술을 활용한 위치추적. (위) 시속 60km로 주행중인 차량 후면에 위치추적장치가 탑재된 발사부착탄을 부착하는 모습. (아래) 부착된 위치추적장치의 실시간 위치추적 시스템. / GIST


실제로 음주, 마약, 뺑소니 등 범죄를 저지르고 달아나는 운전자가 단속에 불응하고 도주하는 경우 급박한 추격전으로 인해 추격자와 도주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크게 다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또한 화재 등 재난 현장에서 내부 상황을 모르는 채로 진입한다면 또 다른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도주 차량의 위치 추적과 재난 현장의 실내 상황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이동 중 차량 또는 손이 직접 닿지 않는 곳에 GPS나 카메라 등을 원격으로 부착할 수 있어야 했다. 이에 접착 물질을 다양한 표면에 밀착시킬 뿐만 아니라 부착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시킬 수 있는 원거리 발사·부착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에 이번에 개발한 부착탄을 활용할 수 있다. 부착탄에 위치추적기를 달면 원거리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화재 등 비상 상황 시 무선 카메라가 탑재해 건물 내부 벽과 천장에 부착시킴으로써 건물 내부 전경을 무선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개발...기능 보니


인사이트무선 카메라를 이용한 무선 모니터링. 건물 내부 상단 벽에 무선 카메라가 탑재된 발사부착탄을 부착시켜 건물 내부 전경 확인. / GIST


실제로 연구팀이 우수한 접착 성능을 바탕으로 긴급 현장에서의 위치추적, 무선 모니터링, 구조 활동 등의 활용 가능성을 실험한 결과 시속 60km로 주행 중인 차량 후면에 위치추적장치가 탑재된 발사부착탄을 발사·부착시켜 실시간 위치 정보를 추적하고 도심, 고속도로, 커브길 등 다양한 주행환경에서도 발사부착탄의 부착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얇고 넓은 접착 물질은 안정적인 부착에 용이하지만 평소 지니고 다니거나 그 자체로 다루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접착 물질을 마치 피자 반죽을 돌려서 펼치듯 발사 시에만 얇고 넓게 펼칠 수 있는 원거리 회전 펼침 부착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원거리 회전 펼침 부착 기술은 접착 물질의 부착 강도와 유지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접착 물질을 기둥, 강철격자, 경사면, 돌출면 등 좁고 울퉁불퉁한 표면에도 밀착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회전을 통해 접착 물질의 면적이 넓어져 부착에 유리해지는 한편, 회전 관성(회전하는 물체가 같은 축으로 계속 일정하게 회전하려는 특성)으로 인해 직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유리 표면에 부착된 얇고 넓게 펼쳐진 발사부착탄은 펼쳐지지 않은 것에 비해 접착 성능이 뛰어났으며 이밖에 자동차 철판, 유리, 앰블럼, 와이퍼, 범퍼, 타이어, 휠 및 건물 내외 벽면 등에 무거운 물체를 매달거나 당겨 보아도 훨씬 오랫동안 부착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인사이트(왼쪽부터) 기계로봇공학부 이재욱 교수, 조성범 박사, 지용화 학생, 홍창의 학생, 유형욱 학생, 이종호 교수 / GIST


나아가 마치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발사하여 연결하듯 발사부착탄에 끈을 연결한 발사·부착도 가능하도록 했는데, 이는 위급 상황에서 구호품을 전달하거나 인명을 구조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조성범 박사와 홍창의 박사과정생(공동 제1저자)은 "부착하고자 하는 표면의 형태와 상관없이 견고하게 부착시키면서 부착 표면의 손상은 최소화하는 접착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필요했다"면서 "향후 이 원거리 접착 기술을 통해 국방, 치안, 재난 현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종호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발사부착탄에는 다양한 전자기기(GPS, 통신, 카메라, 센서 등)를 장착할 수 있어 향후 치안, 재난안전, 국방 및 다양한 민간 분야에서 많은 활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GIST 기계로봇공학부 이종호 교수가 지도하고 조성범 박사와 홍창의 박사과정생(공동 제1저자), 이재욱 교수 연구팀이 함께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경찰청의 치안현장맞춤형 연구개발사업(폴리스랩 2.0)의 지원을 받았으며, GIST-MIT 연구협력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에서 일부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2024년 12월 20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