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가 생전 40년간 써온 일기, 책으로 출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배우 김수미(본명 김영옥)가 30대부터 작성한 생전 일기가 책으로 출간된다.
12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김수미의 일기를 담은 '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가 책으로 출간된다. 책에는 김수미가 1983년 30대부터 말년까지 솔직하게 써 내려간 일기가 담겼다.
고인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작은 수첩에 자신의 가장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김수미, 인간 김수미, 엄마 김수미의 면모가 모두 담겼다.
내용은 날마다, 나이마다 그때그때 달랐다. 한 페이지 빼곡하게 감사 기도를 전하기도 했고 흐트러진 글씨체로 절절하게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말년에 공황장애, 횡령 혐의로 인한 스트레스 호소하기도
37살 그는 "화려한 인기보다는 조용한, 평범한 애들 엄마 쪽을 많이 원한다"며 "적당하게 일하고 아늑한 집에서 자잘한 꽃을 심어놓고 좋은 책들을 읽으며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을 기다리고 싶다"고 적었다.
말년에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식품을 판매하던 회사와의 분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했다.
2023년 10~11월 일기에 따르면 김수미는 "하루하루가 고문이다. 기사가 터져서 어떤 파장이 올지 잠도 수면제 없이 못 잔다"며 "지난 한 달간 불안, 공포, 맘고생은 악몽 그 자체였다. 회사 소송 건으로 기사 터질까 봐 애태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주님, 저는 죄 안 지었습니다. 횡령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시기는 고인의 아들 정명호씨가 '나팔꽃 F&B'의 A씨를 횡령 및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하고 상대가 맞불 고소를 하겠다며 맞섰던 때다.
올해 1월 나팔꽃 F&B는 회사 대표이던 정명호를 해임한 뒤 김수미와 함께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해 기사가 쏟아진 바 있다.
고인은 공황장애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기 김수미는 "정말 밥이 모래알 같고 공황장애의 숨 막힘의 고통은 어떤 약으로도 치유할 수 없다", "공황장애, 숨이 턱턱 막힌다"고 호소했다.
유족은 김수미의 고통을 옆에서 지켜봐 안타까운 마음에 일기를 공개했다고 밝히며 인세는 전액 기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고인은 생전 책 출간을 앞두고 "극단선택을 결심한 사람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제가 지금 이 나이에, 이 위치에 있기까지 제 삶의 철학을 알려주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김수미의 49재는 이날 오후 2시 경기 용인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