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깃발' 총출동한 여의도 집회
지난 주말 여의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요구하는 대규모 인파가 몰려 집회를 벌였다.
이번 집회는 그간 쉽게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행태의 시위 문화가 돋보인다. 이에 외신에서도 이색적이면서도 평화적인 한국의 시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모인 시민들이 이색 깃발을 들고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정당이나 노동조합 등 정치적 성향이나 진영을 나타낸 깃발들이 주로 보였지만, 정치 성향을 예측할 수 없거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만든 깃발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전국 여미새 모임', '민주묘총', '조사병단'(만화 진격의거인), '전국드래곤보존협회', '용변단', '전국수족냉증연합', '전국혈당스파이크방지협회', '전국뒤로미루기연합' 등의 깃발이 보였다.
또 '전국쿼카보호협회', '직장인점심메뉴추천조합', '선호외계인보호협회', '우정팔찌연합', '전국D점멸협회', '전국냥아치혈맹', '말이되는소리연합', '미국너구리연합 한국지부' 등도 눈길을 끈다.
한국의 새로운 시위 문화에 외신도 주목
정치 구호가 아닌 이색 깃발이 등장한 건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서다.
당시 촛불집회에는 규탄 시위와 전혀 관련이 없는 '장수풍뎅이 연구회'가 등장해 웃음을 선사했다. 일부 시민들은 "오죽 나라가 답답하면 장수풍뎅이 연구회까지 거리로 나왔겠냐"며 SNS에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집회를 축제처럼 즐기는 젊은 세대들의 모습이 새로운 시위 문화를 탄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이러한 시위 문화에 외신들도 일제히 주목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날 토요일 국회 앞 시위가 최대 규모를 예고한 가운데 축제와 같은 분위기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이어 "국회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커다란 스크린과 음향 장비들이 설치됐고, 연사들과 공연자들이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군중을 이끌었다. 노랫말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프랑스 통신사인 AFP는 "탄핵 표결을 앞두고 시위대 중 많은 이들이 정성들인 의상을 입고 직접 만든 깃발을 들거나, 집회의 필수 요소가 된 K팝을 틀었다"며 한국의 시위 문화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