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경기 때는 '냉혈한'인 페이커...첫 연설 때 '심장' 부여잡아
"지는 건 나쁜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면 실패로부터 성장할 수 있었고 더 잘하게 됐다"
팀 스포츠에서 '금기'처럼 여겨지는 '팀보다 더 위대한 존재'로 추앙받는 게 용인되는 전설.
보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종목보다 위대한 선수'로 여겨지는 리그 오브 레전드(롤)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이 대중 연설에서 박수를 받았다.
20일 페이커는 외교부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최한 '2024년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본인의 성장기를 들려줬다.
청중 앞에서는 첫 연설을 하는 것이기에 페이커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연설 중간에는 긴장감에 가슴을 부여잡고 말을 잠시 멈추기도 했다.
그는 진정성을 최대한 전달하고 싶다며 원고 없이 연설에 임했다.
페이커는 2013년 데뷔했다. 롤 대회 중 가장 큰 국제대회인 '월드 챔피언십(월즈, 롤드컵)'에서 2013년 우승한 뒤 2015년, 2016년 내리 우승했다.
"실패가 성공의 밑바탕"...페이커, 청년들에게 '도전' 격려
하지만 그 이후 여러 번 실패를 겪었다. 선수로서는 '최고'로 평가받았지만,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내리 6번을 우승하지 못했다. 두 번은 결승에 오르고서도 준우승을 하며 좌절했다.
그는 2023년 다시금 우승에 성공했고, 올해 두 번째 2연패에 성공하면서 내년 최초의 '쓰리핏'에 도전한다.
페이커는 "많은 실패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실패한다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라고 느꼈다"라며 "실패 하나하나 모여 절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실패가 작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가장 큰 배움이었던 거 같고 더 큰 동기가 된 거 같다"라고 말했다.
원고 없이 연설에 나선 것에 대해 페이커는 "실패하든 성공하든 이건 작은 성공이겠다고 생각해서 도전정신을 많이 배운 거 같다"라며 "청년분들도 (도전) 정신을 가지셨으면 좋겠다"라고 격려했다.
또 페이커는 "제가 가진 열정이 저를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해줬던 거 같고 그 열정은 자신이 진정으로 즐기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라고 강조했다.
배우고 성장하면서 '겸손'을 중시하게 됐다는 그는 "요즘 혐오와 차별을 봤을 때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게 본인 가치관이 시대적으로 항상 옳을 수 없는 건데 어떻게 맞는다고 단언하는지 안타깝다"라며 "본인이 가진 게 항상 옳지 않고 정답은 아니라는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한 거 같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인생이 짧다고 생각해서 본인이 좋아하는 거 하시고 열정을 갖고 실패 두려워하지 않고 다른 이들을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라며 연설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