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거래'하는 외국인 있다는 제보에 치밀하게 수사 계획 짠 형사들
"보복이 두려워 신원을 밝힐 수는 없지만, 전남 해남군 일대에서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이 집단으로 마약을 거래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마약 거래 장소와 시간을 알려드릴 테니 꼭 좀 잡아주세요"
지난 2월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수사대 내선 번호를 통해 이 같은 제보 전화를 받게 됐다.
마약수사대는 '외국인들의 의심을 살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강조한 제보자의 당부를 토대로 이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한 수사 계획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전남 지역 사투리 쓰는 형사들, 현장에서 잠복수사 이어갔다
수사대는 마약 거래가 이뤄지는 제보 현장에 전남 지역 사투리를 쓰는 소수의 형사를 추려 보냈고, 형사들에게 잠복수사를 권했다.
선팅이 짙게 된 차량에서 잠복수사를 이어간 지 2개월이 된 시점, 형사들은 오토바이를 탄 외국인이 정박 중인 선박에 접근해 검은색 비닐봉지를 전달하는 장면을 두 눈으로 포착할 수 있었다.
현장을 덮치기 전, 미리 구매한 문신 토시를 팔에 착용하고 낚싯대를 드는 등 인근 낚시객으로 완벽 위장한 형사들은 오토바이로 마약을 운반하던 태국 국적의 불법체류자 A씨를 검거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후 전남 섬 지역에서 마약을 투약한 이들의 순차 검거에 성공한 형사들은 소식을 듣고 인근 지역으로 도주한 불법체류자들까지 모두 검거했다.
지난 2월 제보자의 신고 전화를 시작으로 약 8개월 동안 수사를 벌인 마약수사대가 전남 해남과 진도 등 도서 지역에서 검거한 16명의 불법체류자들은 합성마약 야바·대마의 판매 및 투약 혐의를 받는다.
검거 과정에서 시가 3억 원 상당의 대마 3kg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 관계자는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심하다는 시골 지역 특성을 이용해 잠복수사를 한 결과"라며 "밀반입한 마약을 국제우편으로 전달한 총책도 쫓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