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04일(수)

"가은아, 희망 잃지 마"... 수능 이틀 앞두고 혈액암 진단 받아 병원서 시험 보는 수험생

병실서 수능 치는 혈액암 재수생


인사이트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 수험생을 응원하고 있다. 왼쪽부터 혈액내과 민기준 교수, 신지선 간호사, 윤선희 병동 UM 간호사 /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혈액암 진단을 받은 수험생이 병원에서 시험을 치른 사연이 전해졌다.


14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이날 수능 이틀 전 혈액암 진단을 받아 입원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수험생 가은(가명·19) 양이 병원 특실 병실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2년간 준비했던 시험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수험생과 이 꿈을 응원하는 의료진의 배려가 만들어낸 모습이다.


병원에 따르면 평소 건강하게 수능을 준비해오던 가은양은 어느 날부터 기침이 멈추지 않아 동네 의원을 찾았다. 큰병원을 가야 할 것 같다는 소견에 최근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영상 검사 결과는 양쪽 폐 사이의 공간인 종격동에 종양이 보여 조직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종격동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림프종은 국내 가장 흔한 혈액종양으로 림프계 조직에 있는 림프구가 악성으로 변하는 종양이다.


인사이트서울성모병원 전경 / 사진=인사이트


교육청 협조 받아 행정절차 진행


영어, 스페인어 등 언어에 관심이 많아 외국어 교육에 특화된 대학교에 진학하고자 고등학교 졸업 후 수능을 1년 더 준비해왔던 가은양은 혈액암 진단에도 시험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감염 위험으로 의료진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는 하루 외출이었다.


문제는 가은 양의 집은 경상남도에 있어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간호사 윤선희 씨는 몇해 전 병원에서 수능을 치른 환자가 있었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딸이 시험을 못 보면 희망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시험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보호자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다행히도 병원은 병원 유관부서와 교육청의 협조로 가은양의 시험장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병원은 교육청이 요구하는 기준에 충족하기 위해 독립된 병실과 시험 감독관들이 이용할 수 있는 특실을 준비하는 등 행정 절차를 진행했다.


인사이트수능 앞두고 마지막 점검하는 학생들 / 뉴스1


의료진은 가은양이 수능 시험 후 바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했다. 항암치료가 시작되면 신체적으로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수능 전까지는 최상의 건강상태를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했다.


주치의 혈액내과 민기준 교수는 "건강한 수험생도 수능시험은 큰 스트레스인데 어려운 상황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시험에 도전하는 가은이를 응원한다"며 "시험 후 치료도 잘 마쳐 원하는 대학의 건강한 새내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가은양의 어머니는 "아이의 장래를 위해 신경 써주신 의료진들과 병원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수능 시험을 볼 수 있게 되어 감사드린다"며 "수녀님들이 오셔서 기도도 해주신 만큼 치료 후 건강하게 퇴원해 원하는 학교에도 진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은양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마음으로 매 순간 충실하게 생활했다고 한다. 대학 입학 후 가장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로 "대학교 축제에서 열리는 공연을 가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