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주문도 못하고 비빔냉면 먹으러 간 할머니
종이통장, 영수증, 매표소 같은 익숙한 것들은 사라지고 키오스크, 셀프 계산대, 모바일 뱅킹 같은 낯선 것들이 늘고 있다.
누군가는 세상이 조금 더 편리해졌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어르신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도리어 디지털로 인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여기 서울 동작구에 사는 한 할머니는 10년 동안 동작구민센터 노래교실 회장을 맡으며 누구보다 친화력이 좋지만, 아직 디지털과는 친해지지 못했다.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EBSDocumentary (EBS 다큐)'에는 '결국 햄버거 주문도 못 하고 비빔국수를 먹으러 간 할머니'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다는, 노인들의 현실적인 하루
이 영상은 지난 2019년 8월 1일 방송된 '다큐 시선-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의 일부였다. 영상 속 이분남 할머니는 4남매와 손주들까지 다 키우고 독립한 지 4개월이 됐다.
그는 디지털과 친해지기 위해 은행 자동화기기로 출금하기에 도전, 성공했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를 이용해 햄버거를 주문하는 데는 결국 실패하고 만다.
이분남 할머니는 "이건 모르겠다"면서도 주문에 성공하기 위해 화면을 뚫어져라 살펴 보고, 카드를 쥐었다가 폈다가 하며 고민했지만 끝내 자리를 떠났다.
이 할머니는 결국 키오스크가 아닌 사람이 주문을 받는 식당에서 비빔냉면을 먹었다. 이후 '이런 식당도 기계로 주문하게 되면 어떨 것 같냐'는 물음에 "미리 와서 배우겠다. '가르쳐달라'고 하면 다 알려주더라"라며 의지를 다잡았다.
한편 2025년에는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고 한다. 2018년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표한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을 100으로 봤을 때 70대 이상의 디지털정보화활용 수준은 36.9%이다.
디지털 소외가 불러온 세대 격차, 정보 격차를 우리 사회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