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살에 찾아온 외국인 남성에 로맨스 스캠 당한 할머니
로맨스 스캠을 당해 15억원을 송금하고도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82세 할머니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지난 7일 방영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보이스피싱으로 약 100억원대의 자산을 잃을 위기에 처한 82세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뤘다.
아들 동욱(가명) 씨는 1년 전 82세 어머니가 약 3000만원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것 같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SNS로 만난 친구에게 돈을 보낸 것이라며 사기 피해를 부인했다.
어머니가 돈을 보낸 사람은 전쟁에 파견 나갔다는 예멘의 의사 '프랭클린 조'였다. 어머니가 그동안 SNS를 통해 프랭클린 조와 사랑의 대화를 나눠온 것.
어느 날 프랭클린 조는 갑작스레 전쟁에서 습득한 돈 상자의 보관을 부탁하며 돈 상자 보관을 빌미로 금전을 요구했고 그때마다 돈을 보냈다.
프랭클린 조의 금전 요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갖가지 이유로 돈을 보내달라는 요청에 어머니는 계속해서 송금하고 있었다.
보낸 돈만 15억원... 막내딸 사망 보험금까지 보내
나중에 동욱 씨가 파악해 보니 피해 금액은 15억원에 달했다. 올해 3월에 세상을 떠난 막내딸의 사망 보험금까지 프랭클린 조에게 보낸 상황이다.
동욱 씨가 노화로 인해 어머니 건강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싶은 우려에 치매 진단을 받았으나 정상으로 나왔다. 오히려 어머니는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었다.
사기꾼인 프랭클린 조가 아니라 아들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였다.
제작진이 실제 사진의 주인공을 찾아 할머니에게 보여줬으나, 할머니는 사기당한 금액을 다시 찾기 위해 또다시 돈을 보냈다.
동욱 씨는 경찰에 여러 차례 신고했으나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범죄자가 해외 서버에 기반을 두고 있어 추적이 어려운 탓이다.
서준배 경찰대 교수는 "로맨스 스캠은 보이스 피싱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높다. 세계 어느 국가를 가도 로맨스 스캠 계좌 지금 정지를 안 해주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로맨스 스캠 한 건당 평균 피해 금액은 7000만원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나리오를 사기꾼들이 돌아가면서 쓸 뿐인데 보이스피싱은 지급 정지가 되고 로맨스 스캠은 안 되니까 사기꾼들이 로맨스 스캠 쪽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가족들은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아들 동욱 씨는 "너무 힘들었다. 원래 어머니하고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 문제는 프랭클린 조고, 또 프랭클린 조를 못 잡는 우리 시스템, 세 번째가 우리 어머니다"고 토로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로맨스 스캠은 전자거래법 적용이 안 된다.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건 어머니를 설득하는 방법뿐이라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