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인도법인 HMI(Hyundai Motors India)가 현지 진출 28년 만에 인도 증시에 상장했다.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 IPO(기업공개)로 모회사인 현대차는 신주 발주 없이 전체(100%) 지분 중 17.5%를 매각해 4조 5000억원을 조달한다.
22일(현지 시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뭄바이 인도증권거래소(NSE)에서 열린 상장식에서 "인도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이라며 "미래 기술의 선구자가 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인도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상장을 통해 급성장하는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같은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전날인 21일에 나렌드리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인도에서 전기차 모델을 계속해서 출시하고, 충전망 설립 등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도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했다.
HMI 기업공개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을 비롯해 피델리티, 싱가포르 정부 등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며 희망했던 범위에서 가장 높은 주당 1960루피(약 3만 2000원)로 공모가가 결정됐다.
이번 상장은 외국계 완성차 기업으로는 2003년 '마루티 스즈키' 이후 21년 만이다. IPO 규모는 인도보험공사(2021억 루피), 2021년 온라인 결제 업체 Paytm(1830억 루피)를 넘어서는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다.
현대차는 1996년 법인 설립과 함께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한화로 약 3600억원을 들여 첸나이에 공장을 건설했고, 1998년부터는 경차 아토스를 모델로 한 전략 차종 상트로를 내놓으며 현지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첫해 2%였던 점유율은 2년 만인 2000년 14%대로 올라섰다.
2008년에는 2공장을 완공했고, 2015년에는 도심형 SUV 크레타를 내놓으며 인도 자동차 시장에 SUV 붐을 일으켰다.
포브스인디아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에서 크레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늘어난 1만 5902대를 팔아 SUV 부문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전체 자동차 중에서도 톱3에 드는 기록이다.
현대차는 2019년 인도 시장에 첫 전기차인 코나 EV에 이어 지난해 아이오닉5를 시해 인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인도 1위 업체인 마루티 스즈키와의 격차를 좁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는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 소프트웨어 등 하이테크 기술 개발과 인도 내 인재 교육 등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인도 내수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세계 90여 국으로 수출하는 허브로 인도를 활용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생산한 75만 대 중 20%인 15만 대를 아프리카, 유럽, 동남아 등으로 수출했다.
생산과 수출 규모는 모두 국내에 이어 2위다. GM으로부터 인수한 3공장이 내년부터 가동을 시작해 생산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인도 시장에서 현대차의 점유율은 14.2%로 40.9%에 이르는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2위다. 기아를 더하면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은 20%에 달한다.
인도는 지난해 총 413만대의 자동차가 판매돼 중국(2193만대), 미국(1561만대)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2020년 244만대에서 불과 3년 사이에 169만대가 늘었다.
인도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발판 삼아 타타, 마힌드라 & 마힌드라 등 현지 업체들이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토요타, 포드 등 글로벌 업체들도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