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7일(일)

남편 죽자 산 채로 화장된 18살 소녀... '순장' 강요한 시가족은 '무죄' 판결 받고 석방돼

남편 죽자 산 채로 불태워진 18살 인도 소녀... 공분 이어져


인사이트루프 칸와르 / BBC


37년 전 인도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분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영국 BBC는 전 세계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한 사건을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37년 전, 루프 칸와르(Roop Kanwar)라는 18살 소녀가 힌두교의 '사티(Sati)' 관습에 따라 남편의 장례식 현장에서 사망했는데 최근 이 사건이 인도에서 다시금 화제가 됐다.


1987년 9월, 칸와르는 결혼 7개월 만에 남편이 사망하면서 과부가 됐다. 이후 칸와르는 죽은 남편과 함께 화장용 장작더미 위에 올랐다.


이는 힌두교의 '사티'라는 전통 때문이었다.


사티는 사망한 남편의 시신을 화장할 때 아내가 함께 불타 죽는 풍습으로, 아내가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강제로 이루어졌다.


인사이트BBC


칸와르는 남편과 함께 죽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장작더미에 강제로 앉혀져 불태워졌다.


대다수의 마을 사람들은 남편의 가족들이 그녀를 마취시킨 뒤 장작더미에 밀어 넣었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무장 경호원들이 장작더미를 지키고 있다가 적어도 세 번 이상 탈출을 시도하는 칸와르를 다시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칸와르의 가족들은 마을에서 2시간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기에 다음 날 발행된 신문을 통해 딸의 처참한 죽음에 대해 알게 됐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칸와르의 시동생을 포함해 남편의 가족 여러 명이 구속됐다.


하지만 이들은 칸와르가 화려한 신부 복장을 하고 마을 거리를 행진한 뒤 스스로 장작더미 위에 올랐으며, 장작이 불타오르는 동안 종교적 주문을 외웠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피고인 8명 모두 '무죄' 판결 받아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오랜 재판 끝에 지난 9일 관련 피고인 8명은 모두 무죄를 받고 석방됐다.


여성 단체와 활동가들은 칸와르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또 라자스탄의 14개 여성단체는 바잔 랄(Bhajan Lal) 라자스탄주 주지사에서 공식 서한을 보내 정부가 고등 법원에서 무죄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고 악습인 사티를 찬양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오랜 시간 끝에 나온 무죄 판결이 사티 찬양 문화를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고인 8명의 변호사는 BBC에 "불리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라자스탄주 법무부 장관 조가람 파텔(Jogaram Patel)은 "우리는 아직 판결문 사본을 받지 못했다. 판결문을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특히 칸와르의 남편은 힌두교 카스트 제도에서 상위 카스트에 해당하는 라지푸트 계급에 속했으며, 남편의 가족들은 라지푸트 계급 공동체와 정치인들을 이용해 칸와르의 부모에게 압력을 가했고 이에 처음에는 딸이 사티를 당했다고 주장했던 부모는 딸의 행동이 자발적인 것이었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BBC 기자 지타 세슈(Geeta Seshu)는 팀원들과 사건이 발생한 마을을 방문했을 때 매우 긴장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라지푸트 공동체가 이곳 전체를 점령했고 분위기는 매우 고조된 상태였다. 칸와르가 사망한 곳에는 검을 휘두르는 젊은이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은 주변을 계속 돌고 있었기에 목격자와 대화하기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결국 마을 주민들로부터 사티에 대한 증언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칸와르의 부모와 형제들은 분노하며 기꺼이 싸울 의향이 있다고 했으나 나중에 라지푸트 계급 공동체 리더들의 압력으로 입장을 바꿨다. 그들은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인사이트BBC


사건 발생 한 달 뒤인 1987년 10월 인도 정부는 사티방지법을 제정했다.


사티방지법에 따르면 사티를 시도하는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 또는 징역과 벌금형을 함께 선고받을 수 있다.


또한 사티를 선동하는 사람에게는 사형이나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으며, 사티를 미화하는 사람에게는 1~7년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시골 지역에서는 은밀하게 사티가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