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9급공무원 월급 코딱지만한데... 10만원씩 걷어 고연봉인 국장한테 밥사는 '모시는 날'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말단 공무원들이 사비를 걷어 국·과장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공직사회의 '모시는 날'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자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공직사회 모시는 날 관행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 응답한 지방공무원 1만 2526명 중 9479명(75.7%)이 모시는 날을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중 전체 응답자에 44%에 달하는 5514명은 최근 1년 이내에 모시는 날을 직접 경험했거나 현재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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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는 날은 주로 점심 식사(57.6%)가 많았고, 저녁식사(7.2%), 술자리(10.4%) 순으로 나타났다. 


대상은 대부분 소속 부서의 국장과 과장이었다. 둘 모두에게 음식을 대접한다는 비중이 44.9%로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과장 35.5%, 국장 17.0%로 나타났다. 


식사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는 소속 팀별로 사비를 걷어운영하는 팀비로 지출한다는 응답이 55.6%로 가장 맣았다. 


사비로 당일 비용을 출하거나 미리 돈을 걷어놓는다는 응답이 21.5%로 나타났다. 근무 기간 재정을 편법·불법으로 사용한다는 답변도 4.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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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의원은 국·과장이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업무추진비(31.1%)를 이용했다고 전했다. 


조사에 참여한 지방공무원의 69.2%모시는 날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모시는 날이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가 43.1%, '별로 필요하지 않다'가 25.8%였다. 


이유로는 '시대에 안 맞는 불합리한 관행'이라는 답이 84%로 가장 많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기술에 달라'는 선택형 질문에는 2085명이 응답했다. 이 중에는 "부서장의 호불호, 제철 음식 등을 미리 파악해 다른 팀과 겹치지 않는 메뉴를 골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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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식당을 고르고 승인·예약하고 미리 가서 수저세팅까지 하느라 오전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 "9급 3호봉인데 매달 10만원씩 내는 게 부담스럽다", "월 500만원 받는 분들이 200만원 받는 청년들 돈으로 밥 먹는 게 이상하다"는 답변도 있었다. 


"제발 없애달라"는 호소가 담긴 의견도 수백 건 제출됐다. 소속 기관의 실명을 거론하거나 구체적인 혐의 감사를 요구하는 응답도 다수였다고 알려졌다. 


위 의원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경찰청, 보건소에서도 비일비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젊고 유능한 공직자들이 느끼는 무력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용 전가 및 과도한 의전에 대한 문제와는 별개로 소통 자체는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며 "리더들이 관행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생산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