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봉 참빛그룹 회장, 향년 83세로 별세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이 향년 83세로 별세했다. 이 회장은 생전 학교 폭력으로 아들이 숨지는 일이 있었으나 가해 학생을 용서한 일화로 유명하다.
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이 지난 1일 밤 세상을 떠났다.
이 회장은 지난 1941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하고 신문 배달, 부두 하역 등의 일을 거쳐 서울 용두동에서 고물 장사를 했다.
이후 어렵게 모은 돈으로 1975년 동아항공화물을 세웠고, 이를 기반으로 참빛가스산업, 참빛동아산업 등 여러 계열사를 운영했다. 한국항공화물협회 회장도 지낸 바 있다.
고인은 1987년 막내 아들 이대웅 군을 잃은 바 있다. 당시 서울예고 2학년이었던 이군은 학교 폭력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2021년 3월 방송된 EBS '인생 이야기 파란만장'에 출연했던 고인은 아들을 숨지게 한 학폭 가해자를 용서한 사연을 밝혔다.
당시 그는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 3학년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성악 실력과 재능이) 뛰어나다 보니까 시기와 질투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미국 출장 중이었던 이 회장은 한밤중에 아들에게 큰일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국에 돌아왔으나 아들이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학폭으로 아들 잃었는데도 가해 학생 용서한 일화 유명
그러나 그는 아들을 숨지게 한 가해 학생을 용서했다.
EBS에 출연했을 때 그는 "비행기를 14시간 타고 서울 가는 와중에 '저 아버지가 혹독하고 돈밖에 모르니까 하느님이 데리고 가셨다'는 이야기는 안 들어야겠다 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직접 가해 학생을 용서해달라며 구명 운동에도 나섰다. 사건을 담당한 검사에게는 용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가해 학생에게는 "우리 아들을 기억해달라. 절대 찾아오지 말라"라고만 말했다고 한다. 혹여 가해 학생을 보면 마음이 무너질까 한 말이었다고 한다.
가해 학생을 용서한 것을 후회한 적 없냐는 질문에는 "후회한 적 없다. 서로서로 용서하면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학교를 다 부숴버리겠다고 다짐했다. 회사 직원들이 학교로 몰려가 항의하는 바람에 교장 선생님이 도망갈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막상 영안실에 평안하게 누워 있는 아이를 보니 눈물만 났다. 내 죄와 업보가 많아 이렇게 된 건가 싶고. 복수를 한다고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난동을 피우면 아버지가 저러니 아들이 벌을 받았다 할 것 같다. 내가 가톨릭 신자인데 아들을 위해서라도 '원수를 사랑하라'는 하느님 말씀을 실천해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아들이 세상을 떠난 다음 해인 1987년 '이대웅음악장학회'를 설립해 지난해까지 35년 동안 3만여 명의 학생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10년 도산 위기에 놓인 서울예고와 예원학교를 인수해 학교법인 서울예술학원의 이사장이 됐다.
조성진, 임윤찬 모두 예원학교 출신이다. 조성진은 2011년 서울예고 2학년 재학 중에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3위에 입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평창동에 서울예고 개교 70주년을 맞아 '서울아트센터'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