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시끄러운 윗집 쪼개버릴 것" 정글도로 이웃 부부 살해... 끔찍한 사건의 기록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코로나19가 장기화에 접어들면서 외출을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층간소음 관련 민원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21년.


발걸음, 아이 우는 소리, 심지어 변기 물 내리는 소리까지 공기 전달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음향으로 인해 입주민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됐었다.


이처럼 층간 소음 문제는 분쟁이 고조될 경우 살인 등 극단적 범죄로 비화하며 최근 이웃 간 발생하는 가장 큰 분쟁 요인으로 떠올랐다.


그해 전남 여수에선 혼자 살던 한 남성의 흉기 공격에 의해 위층에 살고 있던 40대 부부가 숨지고, 60대 장인 장모가 중상을 입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10대 자녀 두 명은 작은방에 숨어 문을 걸어 잠가 추가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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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의 시작 복도, 파손된 서랍장 소행은 누구?…아래층 정 씨 의심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 2013년 4월 범인 장 씨(34)와 어머니가 여수 덕충동의 한 아파트 8층에 입주함과 동시에 같은 해 9월 피해자 A 씨(40대 초반) 가족이 9층에 입주하며 악연이 시작된다.


아래층에 살던 장 씨와 수년간 마찰을 빚던 A 씨 부부는 전남 여수 시내의 엑스포 전시장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이었다.


그러던 중 2021년 2월18일 피해자인 A 씨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복도에 설치된 서랍장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파손이 돼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최근 억지 항의가 더욱 빈번했던 아래층 장 씨의 소행이라고 생각한 A 씨는 강한 불안감을 느끼며 현관문 앞에 시설 CCTV까지 설치했다.


추후 조사에서 정 씨의 끔찍한 범행 당시 모습이 당시 A 씨가 설치했던 CCTV에 고스란히 녹화돼 있어 사건 해결에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했다.


사건 발생 10일 전…자작극 벌인 범행 장 씨 "윗집 사람들 쪼개버릴 것"


사건 발생 10일 전 이들 사이에는 또 한 번 같은 문제로 마찰이 생겼다. 역시나 근거 없는 트집을 잡던 장 씨는 층간소음 문제로 고통이 너무 심하다며 112 등 관계 기관에 전화를 걸어 고소 절차를 물었으며, 아파트 관리실에도 관련 사항에 대해 문의했다.


특히 이날 장 씨는 휴대전화에 물체를 두드리거나 음량을 높인 TV 소리 등을 녹음한 다음 '위층 소음'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만들어 모친에게 전송했다.


실제로 위층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발생하지 않고 있었지만, 장 씨가 위층에서 현재 소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자작극까지 벌이며 이를 허위 증거로 만들어 놓는 이상한 행동까지 했다.


또 모친에게 평소 "시끄럽게 구는 윗집 사람들을 쪼개버리고 싶다"고 말하는 등 피해자들에 대한 극도의 분노와 증오심을 표출하며 사고를 예고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반복되는 항의에 "우리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발생하는 소음인 것 같다"며 장 씨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했지만, 이를 무시한 장 씨의 병적인 집착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계속됐다.


인사이트층간소음 문제로 이웃과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를 휘둘러 4명을 사상케한 A씨 / 뉴스1


사건 발생 당일의 끔찍한 기록…'마체테'로 2명 살해, 2명 신체 절단


사고 발생 하루 전 A 씨 부부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오후 10시에 영업을 마치고 귀가했다.


밤늦게 일과를 마치고 가족들이 모두 잠에 들려던 순간 아래층에 살던 장 씨가 발생하지도 않았던 층간 소음에 대해 항의하기 시작했다.


또 위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착각에 빠진 장 씨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A 씨에게 무작정 언성을 높이며 다그쳤고, A 씨가 "또 시작이냐"고 대꾸하자 그 순간 장 씨는 이들 가족에 대한 살인을 결심한다.


장 씨는 "만나자, 지금 당장 내려오라"고 말하며 A 씨를 집 밖으로 유인했다.


그 즉시 장 씨는 준비한 목장갑을 끼고 한손에 미리 구입해 보관해 둔 정글도 '마체테'를 집어 든 뒤, 상의에 여분의 등산용 칼까지 넣는 치밀한 준비 단계를 거친 뒤 계단 아래서 A 씨를 기다렸다.


27일 밤 12시 24분쯤. 대화를 위해 내려간 A 씨에게 날아온 건 장 씨가 손에 쥐고 있던 '정글도'였다. 장 씨는 왼손으로 A 씨의 머리와 상체를 붙잡고 온몸에 정글도를 휘둘렀다.


A 씨가 저항하자 장 씨는 이번엔 윗옷에서 등산용 칼을 꺼내 들고 수차례 찔렀고, A 씨가 쓰러지자 다시 정글도를 휘둘러 목을 내리쳤다.


A 씨를 사망케 한 장 씨는 아직 닫히지 않은 위층 현관문으로 들어가 A 씨의 아내(39)를 마주쳤다.


A 씨의 아내는 비명을 지르며 화장실과 거실 등으로 달아났다. 장 씨는 그를 뒤쫓으며 흉기를 계속해서 휘둘렀다. 또 움직이지 못하는 그를 부엌으로 끌고 가 욕설을 내뱉은 뒤 A 씨와 같은 방법으로 정글도로 목을 내리쳐 살해했다.


이런 모습을 목격한 A 씨의 장모(60대)에게 다가간 장 씨는 무참히 정글도를 휘둘러 머리를 내리친 뒤 왼팔을 절단했다. 또 장 씨에게 저항한 A 씨의 장인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공격을 가했고, 이들 부부는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피를 흘리며 집안 바닥에 쓰러졌다.


A 씨의 장인은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끝까지 팔을 내밀어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112에 신고 전화를 했다. 아파트 복도에 나가 있던 장 씨는 이 소리를 듣고 사망한 A 씨 옆에 떨어져 있던 등산용 칼을 다시 주워 와 욕설하며 휘둘러 A 씨의 장인을 살해하려 했다.


이 순간 A 씨의 13살, 8살짜리 두 딸은 다른 방 안에 숨어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고, 다행히 장 씨에 의해 신체적인 상해는 입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소녀의 가슴에는 어떤 것으로도 어떠한 시간으로도 치유될 수 없는 끔찍한 상흔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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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마친 뒤 모친에게 전화…자수 권유 받고 112 전화


범행을 마친 장 씨는 자기 모친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 사실을 알렸다. 모친의 자수 권유를 받은 장 씨는 112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A 씨 장인의 신고 전화가 경찰에 먼저 닿았고, 급박하게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옮겨 불행 중 다행으로 60대 부부는 겨우 목숨을 건졌다.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 대원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을 정도로 사건이 벌어진 아파트 현장은 매우 참혹했다.


추후 조사 결과 장 씨는 범행에 사용했던 '정글도'를 구입하기 위해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를 모두 뒤져가며 600여 종의 흉기를 직접 검색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기도 했다.


경찰에 층간소음 주장…검찰에 우발적 범죄 심신미약 "무죄" 주장하기도


피해자 가족이 의도적으로 소음을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의심했고, 또 이들이 자신을 감시하며 일부러 괴롭히고 있다는 과대망상과 착각에 빠져 있던 장 씨는 범죄 이유에 대해 '층간소음'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이웃과 지인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엄청 신경 쓰고 소음을 관리했다" "피해자 부부는 둘이 열심히 장사를 하면서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는 좋은 사람들이었다" "예민한 장 씨는 샤워만 해도 난리를 쳤다. 아이들도 둘 다 10대라 집에서 뛰어놀 나이도 아니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정 씨는 이후 검찰에 "순간적으로 너무 화가 나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라며 계획적인 범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장 씨는 스스로 도주로를 확보하지도 않았으며, 자신이 자수를 했던 점. 당시 정신질환 등을 앓고 있던 점 등을 예시하며 형의 감경을 주장했다.


이에 더해 가족들에게 사과한 장 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심신미약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자신에게 죄가 없다고 무죄를 주장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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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예민한 성격으로 이웃 간 마찰…전형적 은둔형 외톨이


장 씨는 평소에도 층간 소음 문제뿐만 아니라 예민한 성격으로 이웃들과 사소한 문제에도 마찰을 빚으며 불안감을 안기는 인물이었다.


일용직 생활을 하며 평소 외국인 여자 친구와 어머니 외에는 교류하는 사람이 없던 전형적 은둔형 외톨이였던 그는 'A 씨 가족이 나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일부러 나에게 해를 가하는 것이다'라는 망상에 빠지기 시작했고, 그 망상은 점점 극한의 위협으로 바뀌어 가기 시작하며 결국 참혹한 범죄 행위로 막을 내리게 됐다.


"A 씨 두 딸이 겪을 정신적 트라우마 가늠조차 어려워" 항소심서 무기징역


2022년 11월 3일 항소심 재판부는 "장 씨의 참혹한 범행으로 2명이 사망했고, 부모는 가족이 살해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또 A 씨의 자녀들은 두 부모를 잃었다. 이들이 입었을 고통과 충격, 겪게 될 정신적 트라우마 등은 섣불리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사형은 냉엄한 궁극의 형벌이다. 장 씨는 범행 당시 심신미약의 상태로 보이지 않지만, 피해망상과 환청 등이 하나의 요인이 됐을 가능성은 있어 보이는 점과 사형의 특수성과 엄격성 등을 다소나마 참작해 형을 정한다"라고 양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기징역형과 전자장치 부착 20년 형을 유지했다.


(뉴스1) 김학진 기자 ·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