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1000년 넘은 문자 위 타이어 자국... 무개념 레이서들 때문에 고대 유산 사라질 위기

천년 넘은 칠레 고대 문자 위 타이어 자국


인사이트Instagram 'fundacion_desierto_atacama'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지형 문자가 몰상식한 일부 사막 레이서들 때문에 훼손됐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칠레 아타카마 사막 보존을 위한 연구와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비영리단체 '아타카마 사막 재단'은 타라파카주(州) 알토바랑코스 고고학 단지 내 사막 지대에 있던 지형 문자들에 셀 수 없이 많은 바퀴 자국이 나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재단 측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유한 사진을 보면 손상 정도는 꽤 심각하다. 기존 지형 문자의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선명한 바퀴 자국이 나 있다.


인사이트Instagram 'fundacion_desierto_atacama'


이들 중에는 최소 1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산도 있는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보고 있다. 일부 장소에는 타이어 자국이 뚜렷해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한다.


매체에 따르면 이곳은 남미의 고대 원주민을 위한 캔버스였다. 3000년 전부터 원주민들은 사막의 경사면에 동물, 인간 및 사물의 거대한 형상을 조각했다.


강한 햇볕과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환경으로 그간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덕분에 고대인들의 '거대 캔버스'는 수천 년간 잘 간직돼 왔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전 세계 수백 명의 레이서가 오프로드용 차량, 오토바이 등을 타고 몰려들고 있다.


인사이트Instagram 'fundacion_desierto_atacama'


아타카마 사막 재단 측 "피해 돌이킬 수 없어"


이들은 당국으로부터 사막 레이싱 허가를 받고 레이스를 펼치는데, 일부는 불법적인 경주를 진행해 레이서들이 지형 문자 보존에는 신경 쓰지 않고 그 위를 내달리고 있다.


아타카마 사막 재단 측은 드론으로 현장 상황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고고학자이자 재단 운영자인 곤살로 피멘텔은 "사막의 역사책이라고 불리기도 한 이곳 훼손은 너무 비극적이다. 더 최악인 건 이 피해를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칠레 정부는 지형 문자 훼손에 관여한 이들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칠레 현행법에 따르면 고고학 유적지를 손상할 경우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1만 4,500달러(한화 약 1,9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