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휠체어 타고 왕복 10차선 건너는 시민 도운 버스 기사
비가 쏟아지던 추석 연휴 첫날 밤, 휠체어를 밀며 왕복 10차선 횡단보도를 질주하는 남성이 포착됐다.
수동 휠체어에 탄 남성이 비를 맞으며 홀로 횡단보도를 건너다 파란불이 깜빡거리기 시작하자 아슬아슬한 상황을 목격한 버스 기사가 나선 것이었다.
위험한 상황에 처한 시민을 도운 버스 기사의 선행은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4일 '어린이, 세 번째 사람' 등을 쓴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이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9월 13일 밤 9시 40분경. 강남 교보문고 사거리. 폭우 속 휠체어를 탄 분이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반도 못 갔고 (보행자 신호) 점멸 시작. (횡단보도 위) 보행자는 그분뿐"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정차 중이던 버스 기사님이 튀어 나가 휠체어를 안전지대까지 밀어드리더니 흠뻑 젖은 채 차로 복구했다. 번개맨 같았다. 470번 1371호. 고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씨의 게시물은 약 50만 회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6,500회 이상 공유되며 화제가 됐다.
서울 간선버스 470번을 운영하는 다모아자동차 홈페이지 '칭찬합니다' 게시판에도 이 모습을 목격한 시민들의 칭찬이 쏟아졌다.
한 시민은 "빗줄기로 시야가 안 좋았고 (길 건너던 분은) 수동 휠체어 작동도 어려워 보였다. 그때 정차 중이던 470번 버스 기사님이 버스 앞문을 열고 달려 나가시더니 거센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빠르게 도움을 주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순간 벌어진 따뜻한 장면이었다. 기사님 덕분에 추석을 다정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버스 블랙박스 영상에도 버스 기사가 안전벨트를 풀고 거의 반사적으로 도로로 뛰어나가 휠체어를 탄 남성을 도와 횡단보도를 지난 뒤 운전석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버스 운전 10년 경력 이중호 기사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 뿐이었다"
9월13일 밤 9시40분 경. 강남 교보문고 사거리. 폭우 속에 휠체어를 탄 분이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반도 못 갔고 점멸 시작. 보행자는 그 분 뿐. 정차 중이던 버스의 기사님이 튀어나가 휠체어를 안전지대까지 밀어드리더니 흠뻑 젖은 채 차로 복귀했다. 번개맨 같았다. 470번 1371호. 고맙습니다.
— Kim Jieun (@myaldo) September 13, 2024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시 버스를 몰던 영상 속 주인공은 버스 운전 10년 경력의 이중호 기사였다.
이씨는 "비 내리는 밤 휠체어 사용에 능숙하지 않은 분이 보호자도, 우산도 없이 언덕 지형을 힘겹게 지나가는 상황이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강한 빗줄기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던 터라 신호가 바뀌면 반대편 차로에서 바로 출발할 수도 있겠다고 우려해 곧장 버스에 있던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강남대로로 뛰쳐나갔다고.
그는 "당시에는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뿐이었다"며 "같은 일이 일어나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손님들이 사고 없이 하루를 안전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