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루게릭병 투병'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 박승일 사망
희귀병 '루게릭병'을 대한민국에 알리고, 가수 션과 함께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을 추진해 온 전 농구선수 및 승일희망재단 박승일 공동대표가 영면했다. 향년 53세다.
지난 25일 승일희망재단은 공식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박승일 공동대표가 23년 간의 긴 투병 생활을 뒤로하고 소천하셨다"며 부고 소식을 전했다.
앞서 프로농구 선수로 활약하던 박승일은 지도자의 꿈을 안고 미국 브리검영대로 유학을 떠난 바 있으며, 이후 31세의 최연소 나이로 울산 모비스의 코치로 발탁됐다.
코치 발탁 4개월 만에 루게릭병 판정
그러나 그는 코치 발탁 4개월 만에 근육이 서서히 굳어가는 루게릭병을 판정받게 됐다.
이후 박승일은 지난 2011년 가수 션과 함께 비영리재단 '승일희망재단'을 설립했고, '아이스버킷챌린지' 등을 통해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을 위한 모금 활동을 진행했다.
루게릭병을 판정받은 박승일은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그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며 "루게릭병 환우를 위해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승일희망재단의 갖은 노력 끝에 지난해 12월 경기도 용인에 연면적 4995㎡·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로 병상 76개와 재활치료 시설 등을 갖춘 루게릭요양병원의 착공이 이뤄지게 됐다.
승일희망재단의 공동대표 션은 지난 6월 건설 현장 사진과 조감도를 공개한 뒤 "218억 원 규모의 국내 최초 루게릭요양병원이 올해 12월 완공을 예정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꿈은 포기하지 않으면 이루어진다. 14년 전 승일이와 만나 꿈을 꿨고, 14년간 달려왔다"며 벅찬 심정을 밝혔다.
고인의 빈소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3층 10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7일 오전 7시다.
한편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해 병이 진행될수록 점점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원인불명의 희귀병이다.
현재까지 루게릭병을 치료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약물이 개발 중이지만, 삶의 질을 개선하거나 근력을 회복시키는 데 효과적인 약물은 찾지 못한 상태다.
루게릭병은 근육세포의 사멸로 전신에 마비가 발생하지만 그 외 모든 감각은 살아있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