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 스위스서 '안락사 캡슐' 첫 사용
캡슐에 들어가 버튼만 누르면 질소 가스가 나와 5분 내로 숨지는 조력 사망 기계인 '사르코'(Sarco)가 현행법 위반 속에 스위스에서 처음 사용됐다.
지난 24일(현지 시간) 스위스 샤프하우젠주(州) 경찰은 조력 사망 기계인 '사르코'를 이용한 사람이 법에 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목숨을 끊도록 방조·선동한 혐의로 사르코 판매·운영 관련자 여러 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AFP통신 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스위스 샤프하우젠주의 한 사유지 휴양림 오두막집에서 64세 미국 여성이 '사르코'를 이용해 사망했다.
조력 사망 사업체인 '더 라스트 리조트'는 여성이 심각한 면역 저하와 관련된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로 수년간 고통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라스트 리조트 공동 회장 플로리안 윌렛은 그 자리에 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사망 후 경찰 들이닥쳐 관련자들 체포
성명서에 따르면 여성은 "평화롭고, 빠르고, 품위 있게" 사망했다. 하지만 이날 스위스 검찰청은 사람들이 극단적 선택을 도왔다는 제보를 받고 경찰과 법의학 응급 서비스와 함께 '범죄 현장'으로 갔다.
이들은 '사르코'를 확보하고 사망자의 부검을 위해 옮겼다. 검찰관은 "안에 숨진 사람이 있는 캡슐을 발견하고 관련자들을 서로 공모하거나 증거를 은폐하지 않기 위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르코가 사용된 날 스위스 내무부 장관은 이 기계가 합법적이지 않다고 했다. 주 검찰청은 "자살 유도 및 자살 방조 혐의로 여러 사람을 상대로 형사 소송을 제기했고, 경찰에 구금했다"고 전했다.
사르코는 필립 니슈케 박사(76)가 발명한 것으로,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캡슐이다. 네덜란드에서 12년간 연구 개발됐다. 니슈케 박사는 조력 사망 옹호자이며 '죽음 박사'라고도 불린다.
이 캡슐은 스스로 버튼을 누르면 질소가 나와 공기 중 산소량이 30초도 안 돼 21%에서 0.05%로 급락, 약 5분 이내에 의식을 잃고 사망한다.
사르코를 소유한 니슈케 박사의 엑시트인터내셔널은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단체로, 사용자가 내는 비용은 질소가스값인 18 스위스 프랑(한화 약 2만 8천 원)이다.
스위스법은 일반적으로 본인이 스스로 버튼을 누르는 등 스스로 극단적 선택 행위를 저지르는 조력 사망을 허용한다.
하지만 내무부 장관 엘리자베트 바우메-슈나이더는 의회에서 "이 캡슐은 첫째, 제품 안전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시장에 출시할 수 없다. 둘째, 질소의 해당 사용은 화학 물질법의 목적 조항과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