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금)

안세영 손 들어준 문체부 "'복종강요' 폐지해야... 회장, 배임·횡령 책임 피하기 어려울 것"

배드민턴협회 조사 결과 발표... '복중 강요' 즉각 폐지 권고


인사이트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 발표하고 있다 / 뉴스1


문화체육관광부가 국가대표 선수의 복종을 강요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의무 규정을 즉각 폐지하도록 권고했다. 배드민턴 비(非) 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규정 폐지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0일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진행된 배드민턴협회 조사 중간 결과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체부는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의 작심 발언 이후 제도개선, 국가대표 관리, 보조사업 수행 상황 점검, 협회 운영 실태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안세영을 비롯해 총 22명의 국가대표 선수의 의견을 청취했다.


조사 결과 배드민턴협회의 '국가대표 운영 지침'이 문제가 됐다. 문체부는 '선수는 지도자의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는 취지의 항목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사실상 지도자와 선수를 갑과 을로 정의하는 항목이었기 때문이다.


취재진 앞에 선 안세영 / 뉴스1취재진 앞에 선 안세영 / 뉴스1


이 국장은 "故 최숙현 선수 사건 후 체육계에서 '복종 강요'가 공식 폐지됐음에도 잔존하고 있었다. 즉각 폐지를 권고한다. 만약 문체부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시 교부금 배부의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안세영이 제기한 협회 후원 용품의 사용 범위에 대해서도 문체부는 선수의 결정권을 존중하기로 했다. 현재 협회는 유니폼뿐만 아니라 경기력과 직결되는 라켓, 신발까지 후원사 용품 사용을 강제하고 있었다.


이 국장은 "해외 사례를 봐도 경기력에 직결되는 용품 사용을 강제하지 않는다. 특히 선수단 모두가 라켓, 신발은 본인이 원하는 용품을 사용하길 희망하고 있다"며 "선수의 결정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개선을 위해 협회 후원사와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유니폼 로고 노출과 관련해서도 대안을 마련한다. 세계배드민턴연맹 규정에 따르면 선수의 유니폼에 최대 5개의 후원사 로고를 노출할 수 있는데, 협회는 개인 후원사 로고 노출을 허용하지 않는다. 문체부는 국내외 사례를 파악하고, 전문가 자문을 통해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비 국가대표 선수는 국가대표 활동기간 5년을 충족하고 일정 연령(남 28세, 여 27세) 이상인 경우에만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규정도 선수들의 의사에 따라 폐지를 추진한다.


김택규 대한배드민협회 회장 / 뉴스1김택규 대한배드민협회 회장 / 뉴스1


"김택균 회장, 배임·횡령 책임 피하기 어려울 것"


이른바 '페이백' 의혹이 제기된 김택규 배드민턴협회 회장의 후원 물품 배임 및 유용 의혹에 대해선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문체부에 따르면 협회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8억 원가량의 후원사 셔틀콕을 사면서 1억 5천만 원 상당의 셔틀콕을 후원 물품으로 추가로 받았다.


그러나 협회가 이를 명확한 기준 없이 시도별 협회로 배분한 게 문제가 됐다. 일례로 협회의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이 소속인 태안군배드민턴협회로는 4천만 원 상당의 용품이 배분됐지만 경남도 협회에는 단 3개의 셔틀콕만이 돌아갔다.


이 국장은 "김택규 회장의 횡령·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미 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접수된 만큼 추가적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수사 참고 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국장은 "조사의 본질은 선수와 지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세영 등 선수들이 10월 전국체전에 마음 편히 뛸 수 있도록 늦어도 9월 말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성적이 좋은 선수는 제약 없이 수익을 갖고 갈 수 있도록 하고, 그러면서도 후보 선수나 꿈나무 선수에 대한 지원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