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30일(토)

'출생률'이란 용어 썼다가 논란 일은 106만 과학 유튜버... 결국 입장문까지 내놨다

저출생이란 용어 때문에 논란 휩싸인 100만 유튜버


인사이트YouTube '과학드림 [Science Dream]'


구독자만 106만명에 이르는 과학 유튜버 과학드림이 '저출생'이란 용어 사용을 두고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30일 과학드림은 '지옥이 된 유토피아, Universe 25 실험'이란 제목의 영상 아래에 댓글로 "먼저 저는 이 두 단어가 이렇게 논란이 되는 단어인 줄 몰랐다. 저출생이란 단어가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저는 특정 여성 단체를 지지하지도 않고, 어떤 정치적 의도를 내포한 것도 아니다. 예전에 흘려 봤던 기사 중에 대통령실에서 저출생이라고 표현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때 그냥 '아~ 요즘엔 저출산이 아니라 저출생이라고 하는구나' 정도로 인식하고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YouTube '과학드림 [Science Dream]'


과학드림은 "어쨌든 두 단어의 옳고 그름을 떠나, 논란 중인 부분이 있었다면 다른 표현을 쓰거나 단어를 선택하는 데 있어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 영상의 본질이 왜곡되지 않았으면 한다. 저는 한 과학자의 동물행동 실험을 소개하고 싶었고, 실험이 지닌 한계, 실험에 대한 오해들을 영상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 과학적 내용들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며 "또 댓글로 불필요한 갈등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는다. 부디 그런 댓글들은 삼가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해당 영상은 미국의 동물행동학자인 존 캘훈이 1968년 진행한 '유니버스 25'란 실험이 소개됐다. 


인사이트YouTube '과학드림 [Science Dream]'


'유니버스25' 실험은 3840마리까지 증식이 가능한 크기의 우리에 쥐 4쌍을 넣은 뒤, 물과 식량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면서 개체수의 변화를 살펴본 실험이다. 


실험 결과 개체수는 2200마리까지 증가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 짝짓기에서 중도 이탈하는 수컷들이 증가하고 암컷들도 새끼를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서 우리에 살아남은 쥐는 한 마리도 없게 된다. 


이 실험에 대해 과학드림은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를 얘기할 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굉장히 많이 언급되는 실험"이라며 한국 상황에 시사하는 바를 자세히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비슷한 측면이 있지만 분명한 차이는 있다. 한국의 인구 저하 문제는 출생률 저하를 이유로 보는데 유니버스25는 출생률 저하도 있지만 새끼가 많이 사망한 거에 대한 원인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 뉴스1


그는 영상 말미에 "인간 사회에 대입해 보면 중도 포기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게끔 국가나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지 않나. 또 양육자가 새끼를 잘 돌볼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면 좋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저출생이란 용어를 사용했는데 일부 누리꾼들이 지적이 이어진 것이다. 과학드림의 사과문을 게시한 이후에도 일부 누리꾼들은 여전히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몇몇 누리꾼들은 "출산? 출생? 다음부터 잘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저출생, 저출산 표현 논란이 있는 줄도 몰랐다", "저출생이든 저출산이든 요점만 보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부는 여전히 "저출생이란 단어를 쓰는 거 보면 신뢰감이 떨어진다", "저출생은 정치색을 보여주는 단어이니 조심해라", "저출생 입 밖으로 말하는 사람 처음 본다"라며 지적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저출산? 저출생?... 의미와 맥락에 맞게 사용해야


저출산과 저출생 용례를 살펴보면 현재 정책과 법률은 '저출산'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서는 '저출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기관 명칭 또한 '저출산·고령사회위윈회'다. 정부가 낮은 출산율에 대응해 발표하는 대책의 명칭도 '저출산 대책'이다. 


몇 년 전부터 여성계를 중심으로 저출생으로 바꿔 부르자는 주장이 나왔다. 저출산이란 용어가 아이를 적게 낳는 주체에 무게를 둔다면, 저출생은 출생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 구조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명칭과 해당 법에 사용된 '저출산'이란 용어를 '저출생'으로 바꾸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인사이트YouTube '과학드림 [Science Dream]'


다만 학계에서는 출산과 출생의 뜻이 다른 만큼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바꿔쓰면 안 된다고 설명한다. 


출산은 '아이를 낳음'을 뜻하고, 출생은 '세상에 나옴'을 말하는 데, 젊은 세대가 아이를 얼마나 낳는지를 파악하려면 인구구조에 영향을 받는 출산율을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예로 가임기 여성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과 인구 1000명당 새로 태어나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조출생률'을 들 수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27명, 조출생률은 4.5명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의미와 맥락에 맞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