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지적장애 여아 7년간 성폭행
온 가족이 지적장애 아동을 7년 동안 성폭행한 충격적인 사건, 그런데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가정에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난 27일 방송된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서 이원화 변호사와 황근주 변호사는 충북 괴산에서 발생했던 성폭행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건은 피해 아동 A양의 남동생이 2008년 5월 충북의 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은 A양은 부모의 생활고로 인해 친가에 맡겨졌다. 그런데 아이를 돌봐야 할 어른들 사람이라면 할 수 없을 짓을 벌였다.
친아버지부터 친할아버지, 큰아버지, 두 명의 작은아버지, 심지어 사촌까지 무려 10년 넘게 번갈아 가며 A양을 성폭행한 것이다.
황 변호사는 "지적장애 3급이면 아이큐가 50~70에 해당하는 정도로 어느 정도 교육을 받으면 사회적으로도 직업적으로도 자립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래서 교육이나 훈련을 잘 받으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이 가능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피해 아동의 가정 환경이 이랬기 때문에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A양이 5살이 되었을 때 친할아버지가 몸을 더듬는 추행을 했고, 9살이 되던 해 친할아버지는 아이를 키워주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후 얼마 되지 않아 A양을 강간했다.
황 변호사는 "당시 친할아버지가 살던 곳이 충북의 농촌 시골 마을이었고, 큰아버지나 작은아버지들도 친할아버지 주변에 거주하는 형태였다. 짐작으로는 친할아버지는 처음부터 피해 아동을 데려가 집안일도 시키면서 성적으로도 학대할 의도였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A양이 12살이 되었을 때, 당시 30대였던 둘째 작은 아버지가 피해 아동을 성추행했고, 13살이 되었을 때는 40대였던 첫째 작은 아버지가 벌초를 한다며 A양을 산으로 끌고 가 강간을 했다.
16살일 때는 50대였던 큰아버지가 피해 아동을 성폭행했다. 10대이던 A양의 사촌 오빠도 어른들이 없는 틈을 타 A양을 성폭행했다.
황 변호사는 "천인공노할 가족들은 피해 아동이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자신들이 한 짓이 드러날까 봐 피임 기구까지 미리 준비해 두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라며 분노했다.
A양이 5살 때부터 시작된 범행은 16살이 될 때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가족들은 "반항하면 쫓아낸다, 남동생도 가만두지 않겠다"라며 위협을 해 반항하지 못하게 했다.
A양은 생계를 전적으로 친척들에게 의존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달리 도움을 청할 곳도 없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지옥과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게 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A양의 남동생이었다.
A양과 달리 완전히 방치되고 있던 남동생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을 받으며 "친척들이 밤마다 누나를 괴롭힌다"며 울면서 호소했다.
이 변호사는 "어린 소녀에게 온전한 울타리가 되어줬어야 할 가족들이 한 명도 아니고 돌아가면서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는 게 이보다 끔찍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라며 한탄했다.
이후 A양은 피해 아동의 상담을 받은 상담교사가 여성단체와 협의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여성단체에서 운영하는 쉼터로 피신해 보호를 받게 되었다.
가해자들, 집행유예에도 '항소'
황 변호사는 "친족 간의 성범죄 사건이 적지 않게 일어나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끔찍한 사건은 처음 본다. 아마 재판부도 거의 처음 보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때 당시에는 친족 간의 성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나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이었다. 그래서 가해자들은 일반 형법상의 강간이나 강제추행으로 기소가 됐고, 사촌 오빠는 소년부로 송치됐다"며 "구형도 형법상의 강간이나 강제추행을 기준으로 구형이 됐다. 당시 법정형을 보면 3년~10년 사이의 기준에서 구형이 됐다. 검찰은 가해자 4명 할아버지, 큰아버지, 첫째 작은 아버지 3명에게는 징역 5년을, 둘째 작은 아버지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라고 설명했다.
1심 선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황 변호사는 "1심 재판부는 가해자들의 범행 자체가 인륜에 반하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도 매우 크며 더군다나 피해 아동이 이런 일들을 겪다 보니 가족에 대해 두려움이나 적대적 감정의 대상으로 여기는 결과가 수반되었기 때문에 가해자들에 대한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서두를 뗐다"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가해자들에게 중형을 내릴 것처럼 보였지만, 그렇지 않았다.
가해자들이 어려운 형편에서 부모를 대신해 피해 아동(A양)을 양육했고, 향후에도 피해 아동이 생활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할아버지, 큰아버지, 첫째 작은 아버지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둘째 작은 아버지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결국에는 1심 판결이 선고되면서 가해자들은 모두 석방됐다.
이 변호사는 "판결이라는 게 재판부 재량이고 법 감정과 실제 시민들이 느끼는 감정들은 다른 것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건 변호사인 제가 봐도 좀 심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황당해했다.
그런데도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판결이 선고된 지 며칠 만에 집행유예 판결도 무겁다며 항소했다.
황 변호사는 "할아버지라는 사람은 '15년 전부터 성기능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에 성관계 자체가 불가능하다'라면서 범행을 부인했고, 다른 가해자들도 '피해 아동이 귀여워서 쓰다듬은 거지 애정 표현을 어떻게 성폭행으로 볼 수 있냐'며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검찰도 형량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항소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큰아버지와 첫째 작은 아버지에게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상대적으로 범행 횟수와 정도가 경미했던 둘째 작은 아버지에게는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할아버지의 경우에는 재판 당시 88세 고령이라는 이유로 1심과 마찬가지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어린 소녀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지옥과도 같은 그날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못난 어른들을 대신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며 방송을 끝마쳤다.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대체 어떻게 저런 판결이 나올 수 있나", "저건 가족도 아니다", "저런 가정이라면 차라리 혼자 자라는 게 낫다", "저걸 직접 겪으면 제정신으로 못 살 것 같은데 피해자는 어떡하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