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한국계 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
재일한국계 교토국제고가 사상 처음으로 고시엔 정상에 섰다.
23일 교토국제고는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도쿄 간토다이이치고와 전국교교야구선수권 대회 결승에서 0-0으로 정규이닝 9회를 마무리하고 연장 승부치기에 돌입했다.
여기서 교토국제고가 10회초 2점을 냈고, 10회말 간토다이이치고의 반격을 1점으로 막아 2대1로 승리했다.
1-2로 쫓긴 10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간토다이이치고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사상 처음으로 전국교교야구선수권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이 연장에 돌입한 건 지난 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 2018년 도입한 승부치기 제도가 결승에서 치러진 건 이번이 최초다.
연장 승부차기에서 양 팀은 무사 1~2루 상태로 공격을 시작한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고시엔 구장에는 또다시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다. 교가는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 땅은"으로 시작한다.
교가 제창을 마친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뛰어들며 포효했고, 좌측 외야 관중석을 가득 메운 응원단에게 인사했다.
1999년 창단해 야구 명문으로
교토국제고 고마키 노리츠구 감독은 "(1999년) 야구부가 창단되고 나서 우리에겐 여러 드라마가 있었지만, 오늘 이 대단한 고시엔 구장에서 지금 아이들이 우승한 모습을 보여주게 돼 너무 기쁘다"고 했다.
이어 "괴로운 부분도 있었지만 경기를 잘 이겨낸 나카자키, 니시무라 두 투수들에게 특히 감사하다"고 전했다.
야구부 주장 후지모토 하루키는 "지금 이곳에 서 있는 게 꿈만 같다"며 "오늘 우승은 우리끼리 따낸 게 아닌, 지금까지 우리를 응원해 준 모든 분들과 다 함께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교토 히가시야마구에 자리한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 교포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99년 창단한 야구부가 명문으로 발돋움하고, 최근 K팝(한국 대중음악) 등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학생들 지원도 늘어나면서 현재 전교생 160여명 중 90%가량이 일본인이다.
학생들은 이 학교에 입학하면 주 3~4시간씩 한국어를 배운다. 한국어로만 진행되는 수업도 있다. 백승환 교장은 "올 4월 한국어 능력 시험에 응시한 학생 10여 명이 전원 합격증을 땄다"고 전했다.
한편 고시엔은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있는 야구 구장 이름으로 매해 3월 '선발고교야구대회'와 8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데, 이를 각각 '봄 고시엔', '여름 고시엔'으로 부른다.
여름 교시엔에는 47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별로 최소 한 학교씩 총 49개 학교가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