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13일(금)

"집값 2018년처럼 안 오른다"... 한국은행 총재가 영끌족에 날린 살벌 경고

인사이트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과다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향해 "이번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이 과거보다 현실적이고 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의 1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직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2018~2021년처럼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면,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두 번째 고려 사항으로 "정부의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가능성이 커졌다. 예전처럼 연 0.5% 수준의 금리로 내려갈 일이 없다"며 "이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데 대한 제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현재 금통위원들은 한은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부추기는 정도로 통화정책 운용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번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와 관련해 "금융통화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라며 "나머지 2명은 3개월 후에도 3.50%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금통위 때와 비교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을 3개월 시계에서 열어둔 위원이 2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금리 인하 여지를 둔 근거로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도 시행되는 만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고 거시경제와 금융 안정 상황을 지켜보면서 금리 결정을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금리 수준을 계속 이어가자는 의견의 근거에 대해선 "정부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확인하는 데까지 시차가 필요하고 3개월 내인 12월까지는 금융 안정에 유의하는 것이 안정적 정책이라는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인사이트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전원일치였다.


이 총재는 이번 동결 결정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금융 안정 측면을 강조했다.


그는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지면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 약화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성장 등 거시경제 상황을 보면 기준금리 인하 여건은 조성됐지만, 금리를 내려도 소비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몇 달간 물가 상승률의 목표 수렴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면서 "물가만 볼 때는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구조적으로 인구와 관련된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며 "기준금리를 낮추면 소비 증가에 도움이 되겠으나 시간이 걸리고 제한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 금리는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과도하게 낮아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기준금리가 나아갈 속도보단 3년물, 10년물 금리가 떨어지는 속도가 과하다"며 "과거와 비교해서도 지금 (시장금리 하락) 정도가 심하다는 데 금통위원들은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우리나라 시장이 과거보다 (미국의 상황을) 더 따라간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시장이 선진화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우려되는 것은 우리는 변동금리가 많고 미국은 고정금리가 많아 미국의 기준금리 조정 폭이 당연히 우리보다 클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2.6%에서 0.1%포인트(p) 하향 조정된 데 대해서는 내수 경기가 추가적으로 위축됐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1분기 호성장에 일시 요인이 생각보다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5월 전망 당시 상향 조정 폭이 과도한 면이 있어 기술적으로 낮춘 것이지, 경기가 나빠졌거나 기조적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융 안정과 장기적인 한국 경제의 발전 방향을 보면, 한은이 부동산 가격에 관해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이 통화정책의 수량적 목표가 될 수는 없다"며 "한은의 목표는 금융 안정이고, 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다.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선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과 공조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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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총재는 "한국 경제를 전체적으로 볼 때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동산이 소득 대비 너무 많이 올라 버블(거품)이 꺼질 때 금융 안정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며 "그간 경기가 나빠지면 부동산을 좋게 해서 경기를 부양하는 모습이 반복됐는데, 금통위원들은 그런 고리를 끊어낼 때가 됐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영끌족'을 향해선 "2018~2021년처럼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면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번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이 과거보다 현실적이고 과감하다는 점"이라며 "이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데 대한 제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최근 금통위 내에서 시장이 기대했던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과거엔 소수의견으로 시장과 소통했지만, 지금은 미래에 대한 방향은 소수의견이 아닌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워드가이던스는 금통위원이 향후 3개월 내 금리 수준을 익명으로 제시하며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시장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이 총재는 포워드 가이던스의 방식을 익명에서 실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3개월 내 금리 수준을 (금통위원이) 자기 이름으로 제시하면 3개월 후 경제 상황이 변했을 때 비난을 받을 수 있고, 총재의 전망이 다른 위원들과 다르게 취급될 수 있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뉴스1) 김유승 김혜지 기자 ·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