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로 장애인 트라이애슬론 출전하는 김황태씨
두 팔이 없이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그의 꿈. 모두가 힘들 거라고 했지만 김황태 씨는 간절했던 그 꿈을 실현 시켰다.
2024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장애인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김황태(47·인천시장애인체육회) 씨의 이야기다.
그는 2000년 전선 가설 작업을 하다가 고압선 감전 사고로 양팔을 절단한 중증 장애인이다. 사고 후 1년 동안은 절망에 빠져 황망한 삶을 살았다.
그런 그를 다시 일으켜 준 것이 운동이다. 다양한 운동에 도전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김 씨는 육상, 노르딕스키, 태권도 등 다양한 종목을 섭렵하며 '만능 스포츠인'으로 180도 변화했다.
김 씨는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쯤 '국가대표'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학교 생활기록부에 있던 '아버지 직업란'을 채우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2018년 평창 대회 노르딕스키 출전을 노렸지만 무릎 십자인대를 다치면서 국가대표 승선에 실패했다.
2020 도쿄 대회 때는 태권도로 전향해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그의 장애등급(PTS3, 중대한 근육 손상 및 절단)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김 씨는 파리 패럴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도전이라는 심정으로 '트라이애슬론' 선수로 전향했다. 패럴림픽 트라이애슬론은 수영(750m)과 사이클(20km), 육상(5km) 기록을 합쳐 순위를 가리는데 김 씨의 예상 목표는 '꼴찌'다.
목표는 세계 10위, 그의 옆은 '핸들러' 아내가 지킨다
그는 사이클과 육상에서 세계 2~3위권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영 기록이 크게 뒤처진다. 아무래도 양팔이 없어 스트로크가 어렵기 때문에 허리와 하체 힘으로만 물살을 갈라야 한다.
김 씨는 "두 팔 없이 철인 3종에 나오는 건 출전선수 10명 중 저뿐이다"라며 "꼴찌가 아니다. 세계 10위 하는 게 목표다. 강에 빠지지 않고 완주만 해도 다행"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특히 수영 경기가 열리는 파리 센강은 유속이 세기 때문에 팔이 없이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옆은 아내 김진희 씨가 함께한다. 남편의 꿈을 위해 직접 소매를 걷어붙였다. 장애인 트라이애슬론엔 선수들이 대회를 치르는 데 도움을 주는 핸들러(경기 보조인)가 존재하는데, 진희 씨가 이를 자처했다.
핸들러는 종목과 종목 사이에서 준비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하며 주로 선수의 경기복 환복과 장비 착용을 돕는다. 이때 시간이 모두 경기 기록에 포함되기 때문에 선수와 핸들러의 호흡이 중요하다.
두 사람은 경기 기록을 0.1초라도 줄이기 위해 많은 동작을 연구하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기도 했다고.
부부는 그렇게 파리 패럴림픽 출전권을 합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꿈의 무대에 도전하는 두 사람이 안전하게 도전을 완주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2024 파리 패럴림픽은 오는 28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9월 8일 폐막식까지 12일간 진행된다. 김황태 씨가 출전하는 장애인 트라이애슬론 경기는 8월 31일, 9월 1일 양일 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