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6일(목)

신유빈과 '셀카' 찍은 북한 탁구선수들... 히죽히죽 웃었다는 이유로 '사상검열' 받는다

올림픽 참가한 북한 선수들, 사상 검증 받는다


인사이트2024 파리 올림픽 탁구 혼성 복식 메달리스트의 빅토리 셀피 / 뉴스1


2024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이 사상검열을 받는다. 특히 남한 선수들과 셀카를 찍은 선수들은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1일 데일리NK는 파리 올림픽에 참가했던 북한 올림픽위원회 대표단과 선수단이 지난 15일 귀국 이후 평양에서 사상 총화(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 대회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은 중앙당, 체육성, 자체 총화 등 세 단계에 걸쳐 총화를 받게 된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들 역시 같은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상 총화를 하는 이유는 북한이 해외 체류 자체를 비사회주의 문화를 접하는, 오염 노출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데일리NK는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GettyimagesKorea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GettyimagesKorea


현재 평양에서 진행되는 중앙당 총화는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산하 체육 담당 부사가 주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당 총화는 출국부터 귀국까지 전 과정을 조사하고 분석, 평가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선수들이 올림픽 기간 당(黨)의 방침이나 교양 사업과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를 살핀다. 문제 행동을 한 경우 처벌도 받게 된다. 


북한 선수들은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기 전 한국 선수를 비롯한 외국 선수들과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나갔기 때문에 이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처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당 총화 후에 진행되는 내각 체육성 총화에서는 이번 올림픽 성적에 대한 평가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트2024 파리 올림픽 폐막식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 / 뉴스1


과거 북한의 국제 대회 성적과 비교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 대한 평가와 함께 표창 여부가 결정된다.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들은 이 과정에서 비판은 물론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국제 대회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1~2개월 무보수 노동 처벌을 받은 일도 있다. 


중앙당과 체육성 총화가 끝난 뒤에는 자체적으로 호상(상호) 비판, 자기비판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올림픽 참가 기간 중 목격한 다른 선수의 잘못된 언행을 비판하거나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다른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인사이트2024 파리 올림픽 탁구 혼성 복식 은메달리스트 리정식, 김금용 선수 / 뉴스1


탁구 리정식·김금용 비판 보고돼... 히죽히죽 웃었다는 이유


다른 나라 선수와 접촉이 있었을 경우 자기비판에서 강하게 잘못을 반성해야 추후 정치·행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중국 선수들과 '빅토리 셀피' 촬영으로 이목을 끌었던 북한 탁구 복식의 리정식, 김금용 선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담긴 보고서가 당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탁구 혼성 복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두 선수는 동메달을 딴 한국의 임종훈, 신유빈 선수와 금메달을 목에 건 중국의 왕추친, 쑨잉샤 선수와 시상대 위에서 셀카를 촬영했다. 


이 장면은 외신들이 올림픽 10대 뉴스로 선정할 만큼 감동적인 순간으로 꼽히기도 했다. 


인사이트2024 파리 올림픽 탁구 혼성 복식 메달리스트의 빅토리 셀피 / 뉴스1


당국이 제2 적대국으로 규정한 한국 선수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 '히죽히죽' 웃음 띤 모습을 보였다는 게 보고서에 작성된 비판 상황이었다. 


김금용 선수는 셀카를 찍을 때 웃어 보였고, 리정식 선수도 시상대에서 내려온 뒤 다른 나라 선수들을 오랫동안 응시하며 웃었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실제 북한 당국이 셀카를 찍은 선수들에게 처벌을 내릴지 아니면 경고나 자기반성 등 비교적 가벼운 비판으로 사안을 마무리 지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