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10일(화)

"돈 아끼려 도시락 싸 갔더니...'네 맘대로 할 거면 나가라'고 해고 통보 받았습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근로계약서엔 연차 수당이 명시돼 있지만 사장이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차 수당을 안 줘도 된다며 이를 받으려면 소송을 걸라고 합니다. 식비를 아끼고 싶어 점심 도시락을 싸 오니 '네 맘대로 할 거면 나가라'고 해고 통보도 받았습니다.


창고 업무 중 목디스크가 생겨 3일 입원했는데 그만큼 급여를 차감 당했습니다. 연차 소진으로 해달라고 하자 이렇게 작은 회사에서 무슨 연차냐고, 5인 미만으로 회사를 나누면 된다는 말만 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직장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본인 의사와 무관한 실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퇴사 경험 비율은 300인 이상 사업장과 비교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신원이 확인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로부터 받은 이메일 46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건 중 1건(58.6%)은 부당 해고와 관련된 상담이 차지했다. 임금 체불 상담은 전체의 39.1%로, 해고 상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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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현행법상 5인 미만 사업장 사업주는 사유 설명 없이도 사전 예고만 하면 근로자 해고가 가능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주휴 수당을 달라고 하거나 사귀자는 제안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통보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됐다면 부당 해고로 인정돼 구제받을 가능성이 높은 사례들이다.


실제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부당 해고를 당한 비율은 300인 이상 사업장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17.5%로, 300인 이상 사업장 응답(8%)의 두 배가 넘었다.


임금 체불 및 휴식권 미보장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휴일 근로, 연장 근로에 대한 가산 수당을 지급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56조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연차유급휴가 및 공휴일을 보장하는 근로기준법 조항도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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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차등적용은 초과 근로 수당 자체를 지급하지 않는 임금체불로 이어지거나 휴식을 보장하지 않는 사례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에 의뢰된 상담 사례를 살펴보면 주말 및 법정 공휴일에도 회사에 나와 근무했지만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폭언을 일삼은 경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2명 중 1명은 유급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며(57.2%), 빨간날에 유급으로 쉬지 못하고 있다고(58.3%) 답했다.


신하나 변호사(직장갑질119 5인미만사업장특별위원회 위원장)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면 해결될 문제"라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를 위한 별도법 제정 대신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 노동 약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1) 김예원 기자 ·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