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10일(화)

택시비 4만원 옆집 여중생에게 빌리러 간 남성... 돈 없다는 말에 성폭행·감금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 씨(40대)는 2018년 10월부터 교제하던 여자친구로부터 2023년 2월 결별을 통보받았다.


여자친구는 A 씨가 자신을 때려 실형을 받았는데, 출소 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자신의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자,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그럼에도 A 씨는 여자친구에 향한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헤어진 이후에도 A 씨는 2023년 5월 12일까지 카카오톡 메시지로 지속해서 연락했고, 여자친구는 연락하지 말라는 답을 계속 보냈다.


그런데 A 씨는 더 이상 휴대폰으로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할 수 없었다. 휴대폰이 고장이 났기 때문이다.


A 씨는 여자친구를 직접 만나고 싶었다.


A 씨는 여자친구와 이야기를 해보고 대화가 잘 안되면 '여자친구도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A 씨는 제주시에, 여자친구는 서귀포시에 각각 살고 있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하지만 A 씨는 수중엔 돈이 없었다. 택시비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5월 15일 늦은 밤 자신의 주거지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 같은 건물에 사는 중학생 B 양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갔다.


A 씨는 B 양을 바닥에 넘어뜨린 뒤 흉기로 위협하며 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화가 난 A 씨는 B 양을 강간했다.


A 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B 양을 자기 집으로 끌고 와 이튿날인 5월 16일 유사강간까지 했다.


A 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 51분쯤 B 양의 어머니로부터 4만 원을 송금받은 후 서귀포로 가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왔다.


이 과정에서도 B 양이 신고를 빨리하지 못하도록 휴대전화를 가지고 나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택시를 타려던 A 씨는 B 양의 실종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A 씨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특수강도강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특수강도유사강간), 강간치상, 특수감금, 살인예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A 씨에 대해 검찰 구형(징역 25년)의 절반도 안 되는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에서다.


A 씨도 항소했다. 여자친구를 살해하려는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살인예비 혐의는 무죄이며, 징역 12년은 너무 무겁다는 취지다.


2심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을까.


인사이트제주지방법원 / 뉴스1


2심 재판부는 '살인예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여자친구를 살해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A 씨가 여자친구를 살해하려고 했기보단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흉기를 준비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다.


A 씨의 바람대로 형량이 줄었을까.


올해 2월 2심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살인예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지만, 되레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내린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15세에 불과한 여중생에게 저지른 범행은 그 죄질이 극히 무겁다"며 "나이 어린 피해자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상처와 고통을 안겨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의 합의 등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해자는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도 절도죄와 특수상해죄로 처벌을 받은 적 있고, 2022년 3월 상해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도 자중하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 씨는 2심 판결에 불복,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대법원이 지난 5월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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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강승남 기자 · ksn@news1.kr